오바마, 매케인 경제정책 약점 맹공

“금융조사위 제안은 낡은 수법”
‘감독강화·시장단속’ 대안 제시

전례없는 구제금융시대를 초래한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선 이슈가 경제문제로 옮겨가면서 미국 대선의 흐름이 다시 바뀌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페일린 효과’로 수세에 몰렸던 버락 오바마(얼굴) 민주당 후보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경제정책을 물고 늘어지면서 공수의 입장이 다시 바뀐 것이다.

오바마는 16일 콜로라도주 골든에서 열린 유세에서 매케인이 이날 오전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금융위기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매케인은 문제 해결의 대책을 내놓는 대신에 워싱턴의 가장 낡은 정치수법인 위원회를 만들어 유권자들의 돈을 쓰려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9·11이 아니다”며 “우리가 지난 며칠간 목격한 것은 완전히 실패한 경제 철학에 대한 최종 심판과 다름 아니다”며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책임을 위원회에 떠넘기지 않았으며, 빌 클린턴 대통령도 어려운 결정을 미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감독기관을 간소화하는 한편 시장조작 단속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오바마 진영은 금융위기 속에도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강하다”고 했던 매케인의 발언과 규제완화를 지지하던 매케인의 과거 발언을 편집해 선거광고를 내보내며 매케인의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매케인은 “미국의 노동자들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라는 얘기고, 미국 노동자들은 강하고 최고이며, 가장 생산적이고 혁신적”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월가의 무모한 행동과 부패를 종식시키기 위한 규제의 선봉에 설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매케인은 “경제는 내 분야가 아니다”고 되풀이하며, 규제 강화가 아닌 규제완화 편에 서왔다.

이런 흐름은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에 대한 집중적인 검증으로 ‘페일린 효과’가 수그러드는 시점과 맞물려, 매케인이 3~4%포인트 앞서가던 여론조사의 흐름도 박빙양상으로 전환됐다. 16일 <에이비시>(abs) 방송의 여론조사에선 오바마가 다시 47% 대 46%로 앞섰고, 한때 4%포인트까지 벌어던 갤럽 조사에서도 매케인이 겨우 1%포인트 앞섰다.

선거분석 전문가인 찰리 쿡은 “경제정책 운용에서 오바마가 앞선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민주당과 오바마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기간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지만, 적어도 금융위기는 매케인의 강점인 국가안보 이슈에 대한 관심을 돌려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