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미국 금융위기가 대선 운동을 경제위기 대응능력에 대한 시험장으로 바꿔놓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는 18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크리스토퍼 콕스 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정리할 기구를 설립할 것을 주장했다. ‘경제문외한’임을 스스로 인정했던 매케인은 초반의 오락가락했던 모습을 만회하려고 애쓰나, 금융위기 이후 수세적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케인은 지난 15일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강하다”고 발언했다가 수시간 뒤 “미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을 바꿨다. 다음날은 에이아이지(AIG)의 구제금융에 반대했다가, “잘못된 규제와 월가의 무모한 경영과 카지노 문화 때문에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수정했다. 매케인은 자신의 실수에 대한 민주당쪽의 공세가 강화되자 “민주당이 경제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궁색한 입장이다.
공화당의 탈규제·시장 우선 정책에 반대 입장을 지니기도 했던 매케인은 “월가의 탐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등 인기 영합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 탈규제’에 동의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운신이 폭이 좁다. 매케인은 17일 발생한 예멘 주재 미국 대사관 테러에 대해 발언할 새도 없이, 잘 모르는 경제문제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다.
금융규제 입장을 일찍 밝혀왔던 오바마는 유리한 입장이다. 오바마의 △금융규제 강화 △경기부양책 △압류 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자 보호 △중소기업 지원 등의 대안은 매케인보다 구체적이라는 평이다. 오바마는 18일 유세에서 “매케인이 (보수공화주의자인) 배리 골드워터와 (공화당 내 진보적 인사인) 데니스 쿠치니치 어느 쪽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매케인의 오락가락한 입장을 질타했다.
두 후보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자문단의 브리핑을 받는 등 경제 수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고 없이 즉석연설을 자주 했던 오바마도 경제문제에 관한 한 프롬프트를 보고 연설하는 등 실수를 피하기 위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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