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출석…집값거품 추궁
‘경제 대통령’에서 청문회 증인으로.
2006년 1월 은퇴할 때까지 무려 19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맡으며, 미국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그린스펀은 23일께(현지시각)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금융위기 원인 규명에 대한 청문회에 파산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의 최고경영자 리처드 풀드 등 위기의 주범자들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고 온라인 정치 전문 <워싱턴 인디펜던트>가 2일 전했다.
그린스펀은 의원들의 거친 추궁에 맞서 자신이 위기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란 점을 강변해야 하는 궁색한 처지에 내몰렸다. 온라인 정치 전문 <폴리티코>도 3일 “민주당이 그린스펀을 포함해 금융 붕괴의 근본적 원인을 찾기 위한 새로운 청문회를 발족시켰다”고 보도했다.
그린스펀은 1998년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파산 이후 수년 동안 13차례에 걸쳐 5.5%포인트나 정책금리를 낮추며, 한동안 1%대의 저금리 시대를 열었다. 미국 가계대출은 저금리 덕택에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연평균 11%나 증가했으며, 집값 거품을 부채질했다. 이런 저금리가 집값 거품이 꺼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낳은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지난해 출간된 자서전 <격동의 시대>(북@북)에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나는 주택 소유 확대에 따른 혜택의 규모가 불가피한 리스크(위험) 증가를 감당하고도 남을 수준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을 변론했다. 1년이 지나 위기가 훨씬 커진 지금, 그는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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