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증시 하락세로 마감…시장반응 냉담
일자리 고민 커져…“주택값 안정 선행돼야”
일자리 고민 커져…“주택값 안정 선행돼야”
미국 의회가 3일 오후(현지시각), 2주간의 진통과 표류 끝에 ‘구제금융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날 뉴욕증시가 내림세로 마감하는 등 시장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은 “의회를 거쳐 구제금융 계획을 수립하는 것보다, 그것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 더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하원은 정부가 7천억달러(약 856조원)에 이르는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것을 뼈대로 한 구제금융법안을 찬성 263, 반대 171표로 92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불과 나흘 전, 초기 법안을 부결시켰던 반대파 의원들이 149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 및 중산층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등의 조항이 추가되면서 마음을 돌렸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즉시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재무부는 앞으로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을 가동하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4일 “이번 구제금융법은 루스벨트 시절의 뉴딜 정책이나 1980년대 말~90년대 초의 저축대부조합 위기 때 정부의 대응과 유사한 수준의 조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가 있던 날에도 다우지수가 157이나 하락하는 등 법안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은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무엇보다 일자리 근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3일 9월 한 달 동안 15만9천명이 일자리를 잃어, 일자리 감소폭이 지난 5년 중에서 가장 컸다고 밝혔다. 실업률도 6.1%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4.7%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신용경색으로 급여를 주는 데 압박을 받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실업률이 내년 말까지 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부시 대통령도 법안 통과 뒤, “구제금융이 신속하게 이행되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효과를 실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위기의 시발점인 주택시장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에이피> 통신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따, 재무부가 부실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하면 일부 은행들은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동안 대출영업을 활발히 하지 않을 수 있고, 이는 주택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6년 7월 이래 20%가 하락한 집값이 1년 이상 더 바닥을 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일부 미국인들은 금융기관 대신, 친구나 가족들에게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새로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와코비아 증권의 경제분석가인 그레이 타이어는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선, 주택시장 안정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등 2차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의회는 이미 실업수당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바니 프랭크 하원 재무위원장은 “월스트리트와 미국 금융산업에 대한 중대한 수술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구제금융은 경제회복을 위한 긴 여정에서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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