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가구 집 팔아도 빚 못갚아
미국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갚을 수 없는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추산을 보면, 자가 주택을 소유한 미국의 7550만여 가구 중 16%(1200만 가구)가 집값보다 더 큰 모기지 부담을 진 ‘깡통주택’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 보도했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잰디는 ‘깡통주택’ 비율이 지난해 6%에서 급증했다며 “미국 역사상 ‘깡통주택’ 비율이 최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전문웹사이트 질로우닷컴은 최근 5년 새로 주택을 구매한 이들 가운데 29%가 ‘깡통주택’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국 금융위기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모기지 업체의 부실에서 시작됐다. 주택 가격 폭락은 결국 주택관련 파생상품과 대출로 물려 있는 금융기관을 위협하면서, 금융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소비 지출도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모기지뱅커스어소시에이션의 통계에서 지난 2분기 주택 모기지 대출자 가운데 9.16%가 한달 이상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채무불이행 모기지 대부분이 주택 붐이 불던 2006년과 2007년에 대출된 것들이다.
집값 하락이 심각한 곳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네바다, 애리조나 등 지난 몇년 동안 집값이 크게 올라 건설업자들이 앞다퉈 건설에 나서 집이 남아돌게 된 곳들이다. 보스턴(15%), 마이애미(27%), 라스베이거스(32%)의 하락폭이 크다. 미국 평균 주택 가격은 2006년 중반 기준으로 2000년 1월에 비해 86% 올랐다가, 이를 정점으로 13% 하락한 상태다.
바닥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까지는 한참 남았다고 전망한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집값이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추가로 평균 16% 하락한 뒤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이피모건체이스는 지난주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집값이 각각 10%, 16%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경기 후퇴가 심해진다면 각각 24%, 36%까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금융위기도 진정될 수 없다. 컬럼비아대 글렌 허바드 경영대학장도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집값 하락이 현재 금융위기를 악순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주택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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