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타개책 공식발표
9개은행 우선주 매입에 1000여억 달러 투입
“(정부가) 자유시장을 압도하려는 게 아니라, 자유시장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2500억달러의 공적자금으로 은행 주식들을 사들인다는 내용의 금융위기 타개책을 공식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굳은 표정으로 낭독한 성명에서 “연방정부가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하겠다”며 이러한 은행 부분 국유화와 정부의 개입이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밝힌 세부계획은 의회 승인을 받은 7천억달러 구제금융 중 2500억달러를 수천 개 민간은행의 주식을 취득하는 데 투입하고, 이 가운데 절반은 9개 대형은행의 우선주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제이피모건체이스, 뱅크오브뉴욕, 스테이트스트리트, 메릴린치 등 미국의 대표적 은행들이 부분 국유화 된다. 정부가 주요 은행들의 주주로 직접 나서 신용경색을 풀겠다는 뜻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앞으로 3년 동안 은행간 대출에 대해 최우선 보증을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예금보장 한도도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상향 조정된다.
부시 대통령에 이어 기자회견을 연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런 조처를 취해야만 해 유감스럽다”면서도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이번 조처가 경제를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이번 은행 국유화가 역사적인 ‘대담한 실험’으로 꼽힌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경제권력이 월스트리트를 떠나 워싱턴으로 향하는 중대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광범위한 포괄적 접근”이라고 했다.
낸시 코언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금융위기 속에서 이데올로기는 사치품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목표는 자본주의의 엔진을 재가동시키는 데 있다”고 옹호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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