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류재훈 특파원
특파원리포트
지난해 예일대를 졸업한 올리버 커넬(22)과 잉잉 마(23)는 주말인 가을비가 내리는 25일 빨간 우산을 들고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의 빈민가인 트레일러 주택가를 돌았다. 두 연인의 손에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가 건네준 부동표 유권자 35명의 명단이 있었다.
절반 이상의 집들이 비었지만, 선거홍보물을 빗물에 젖지않게 문 안으로 들여놓았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며 자신들을 문전 박대하는 이들에게도 웃음으로 대했다. 그들은 “변화에 대한 요구와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자신들의 발걸음을 인도한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출신이 아닌 두 사람은 대학 졸업 뒤 직장을 찾는 뉴요커들이다. 커넬은 주말마다 5시간씩 차를 몰고와 이번 대선에서 스윙주(경합지역주)로 떠오른 버지니아를 찾는다. 이날은 중국계 여자 친구인 잉잉 마가 처음으로 동행했다.
인근 페어팩스시티 선거사무소에도 다양한 자원봉사자들로 넘쳐났다. 골동품 상점 주인인 캐롤린 핀버그(65)는 “매케인 진영의 거짓 선전을 보다 못해 자원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인 변호사 에드 리페트(68)는 “공화당 8년의 실정을 심판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참가하게 됐다”며 “버지니아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무소에서는 유권자 등록자 명부에서 유권자들의 성향을 분석해 전화와 개별 방문으로 확인하고, 미결정 유권자들을 선별하는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병행되고 있었다. 모든 유권자 데이터의 온라인 통합관리가 가능한 ‘보트빌더’(VoteBuilder.com)는 민주당의 신병기로 활용되고 있다.
자원봉사자 관리를 맡는 국방분석연구소의 션 바네트 박사는 “오바마의 선거운동은 2004년 하워드 딘이 선보였던 인터넷 선거운동과 풀뿌리 선거운동이 완벽한 모습으로 구현된 것”이라며 “이번 대선 이후엔 정치학 교과서들도 오바마를 계기로 21세기 선거운동 방식에 대해 새롭게 기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선거운동 사이트인 버락오바마닷컴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이벤트를 조직하는 지지자들의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로 기능하고 있다. 오바마 진영은 현재 버지니아주에만 이런 선거사무소를 71곳이나 열고 있다.
공화당 강세의 남부 지역의 출발점인 버지니아에서 1964년 대선 이후 승리한 적이 없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교사 출신의 조안 레몬 존슨(73) 할머니는 “어릴 때 엄마가 흑인 아이들과는 놀지도 말라고 했다”며 “나는 지금 흑인 대통령후보에게 표를 던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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