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캠프 “사실 몰랐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가 케냐인 고모 제이투니 오냥고(56)의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거 막바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오바마 진영은 1일 “오바마가 4년 전 상원의원 취임식에서 오냥고를 마지막으로 만났으며, 그의 불법체류 사실을 알고 있지 못했다”며 “어떤 법이든,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쪽은 이날 오냥고가 조카의 백악관 입성을 돕기 위해 기부했던 265달러를 돌려줬다고 전했다. 미국 선거법은 외국인과 불법체류 이민자의 정치적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오바마 진영의 수석 선거전략가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대선 72시간 전’이라는 민감한 시점에 이런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미 국토안보부도 망명신청자의 신상 정보가 유출된 이번 사건에 대해 내부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인트>가 1일 전했다. 미 연방법은 불법, 합법을 막론하고 이민자들의 신상 정보 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오냥고는 지난 30일 영국 <더 타임스>가 ‘보스턴의 황량한 공영주택에서 발견된 오바마의 고모’ 라는 기사를 실은 뒤, 31일 <에이피>(AP) 통신이 그의 불법체류 사실을 보도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오냥고는 오바마의 아버지와는 이복남매다. 오바마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1988년 케냐 여행에서 처음 만난 오냥고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자부심이 강한 여성’이었다고 묘사했다.
오냥고는 4년 전 미국에 망명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민재판소는 그에게 미국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더 타임스>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인 오바마가 공부한 하버드대 부근의 보스턴에서, 그의 케냐인 고모가 넉넉치 못한 환경에서 (오바마와) 대조적인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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