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두번 열린다” “투표소서 체포될 수 있다”
인종차별주의자 비방 극성
미국 대선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막판 흑색선전이 그 어떤 선거에서보다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 유력해지면서, 인종차별 주의자들의 비방과 공격이 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일 전했다.
최근 필라델피아의 흑인 거주지역에선 “주차 벌금을 내지 않았거나 범죄 혐의가 있으면, 4일 투표소에서 체포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삐라’가 돌고 있다. 흑인들의 투표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주말 버지니아에서도 투표율을 낮추려는 삐라가 대량 살포됐다. 진짜 연방정부가 제작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삐라에는 “선거가 두 차례 열릴 예정이다. 화요일에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수요일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를 하라”고 나와 있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사는 두 히스패닉 여성들은 공화당 쪽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설 수사관에게 괴롭힘을 받았다며 지난주 소송을 제기했다. 스페인어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도라 에스코베도(67)는 이 수사관으로부터 ‘합법적 유권자인지를 증명하는 서류를 보여 달라’ ‘이민당국에 전화를 걸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권자 권리 옹호에 나서고 있는 미국시민연대의 라우린 맥도널드는 “유권자 등록과 투표율을 낮추려는 시도가 이번처럼 많았던 선거는 본 적이 없다”며 “이런 흑색선전들은 실제로 소수자 계층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에이피> 통신은 전국에 걸쳐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유권자 등록을 마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자이며, 이 중에는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습격’도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선, 오바마 후보와 유대인 대학살을 관련시킨 전자우편이 나돌았다. 또 웹사이트에서 오바마 후보 지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자, 이에 맞서려는 블로거들의 공격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영국 <더 타임스>는 2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오바마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 1960년대 좌파 테러리스트 윌리엄 에이어스가 대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자서전과 에이어스의 회고록이 같은 저자의 것인지에 대한 감정을 의뢰받은 옥스퍼드대 피터 밀리칸 교수는 “1차조사 결과, (대필 주장이) 매우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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