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현지시각) 수십만 시민들이 민주당의 대통령 당선 축하 행사장인 시카고 그랜트 공원에 몰려든 가운데, 한 여성 지지자가 텔레비전 방송 발표를 보며 감격의 울음을 삼키고 있다. 시카고/AP 연합
새벽2시까지 거리행진…경적올리며 환호
“오바마! 예스 위 캔!”
시카고의 시민들, 아니 미국인들은 부시 정권 아래서 구겨진 미국의 자존심과 긍지를 오바마를 통해 다시 회복했다. 축하 행사장을 가득 메운 7만여명의 시민들은 오바마가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한 과제를 말할 때마다 ‘예스, 위 캔’(우리는 할 수 있다) 하고 호응했다. 연단에 홀로 남은 오바마 당선자가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하나의 미국임을 전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하는 순간 시민들의 환호는 절정에 다다랐다. 눈시울이 젖어 있거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많았다.
4일 밤(현지시각) 오바마 당선자의 당선 축하 행사가 열린 미국 시카고 그랜트공원은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25만여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과 앰프를 통해 전달되는 오바마 당선자의 연설에 환호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답했다. 앞서 밤 10시 <시엔엔>(CNN)이 오바마의 승리를 선언한 순간부터 행사장은 ‘우리가 역사를 만들었다’는 행복한 감격으로 달아올랐다.
윌리엄 리어스(57)는 “3년 전 흑인들을 위한 지역행사에서 오바마 당선자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좋은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시카고에서 25년 동안 금융 컨설턴트 일을 해왔다는 그는 “젊은층이 대거 투표에 참가해서 인종주의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미국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라고 말했다. 회사원 조이 와셀베르그(38)도 “오바마를 보면 이 나라에 대한 희망이 생긴다”며 “인종을 초월한 진정한 통합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카리브해 출신 리노스 니온바이레(23)는 “오바마가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미국인들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순간을 위해 미국 곳곳에서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그랜트공원 서쪽 경계인 미시간 애비뉴로 쏟아져 나왔다. 당선 확정 기준인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 오바마 당선자의 당선이 결정된 밤 10시께부터 미시간 애비뉴는 환호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오바마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거나, 그의 이름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행진했다. 일부 시민들은 자동차를 몰고 나와 경적을 울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벌써부터 선거공약을 제대로 실천할 것을 주문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크리스티 스미스(37)는 “의료보험 제도를 반드시 개혁하기를 바란다”며 “그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그를 지지한 것 이상으로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전쟁 반대 시민모임’ 회원들은 행사장 들머리에서 시민들에게 반전 메시지가 담긴 전단지를 나눠줬다. 이 모임 회원 밥 던(46)은 “이라크 전쟁은 물론 오바마가 군부대 파병을 언급했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전쟁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행사장 주변에는 환경단체 등 각종 사회운동단체들이 몰려들었다.
행사 시작 12시간 전인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행사장 입구에서 줄을 서기 시작한 시민들은 5일 새벽 2시가 돼서야 모두 해산했다. 시민들은 시카고 교통당국이 마련한 임시 증편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대선 결과에 대한 얘기를 그칠 줄 몰랐다. 시카고/이춘재 기자, 정안숙 통신원 cjle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오바마, 예스 위 캔”…“흑인인게 자랑스럽다”
▶[금융시장 영향] 금융위기 신속해결 기대 부풀어
▶매케인, 출구조사 자막 뜬지 15분만에…‘멋진 승복’
▶러시아·중동 ‘신중반응’…케냐, 춤·음악 거리 메워
▶하원도 민주당 248석 확보 ‘압승’
▶오바마 행정부 누가 들어갈까
▶숨은 공신 오프라 윈프리
▶흑-백사이 ‘슬픈 줄타기’ 넘어 ‘코즈모폴리턴’ 우뚝
▶[금융시장 영향] 금융위기 신속해결 기대 부풀어
▶매케인, 출구조사 자막 뜬지 15분만에…‘멋진 승복’
▶러시아·중동 ‘신중반응’…케냐, 춤·음악 거리 메워
▶하원도 민주당 248석 확보 ‘압승’
▶오바마 행정부 누가 들어갈까
▶숨은 공신 오프라 윈프리
▶흑-백사이 ‘슬픈 줄타기’ 넘어 ‘코즈모폴리턴’ 우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