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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오바마, 예스 위 캔”…“흑인인게 자랑스럽다”

등록 2008-11-05 19:21수정 2008-11-05 22:07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4일 주최한 투표 참여 행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이 오바마 후보를 상징하는 스포츠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엘리자베스시티/AP 연합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4일 주최한 투표 참여 행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이 오바마 후보를 상징하는 스포츠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엘리자베스시티/AP 연합
링컨 ‘노예해방 선언’ 146년만에 흑인대통령
“오바마 피부색이 뭐든… 흑인인 건 보너스”

“우린 노예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보세요, 지금을 보라고요!”  

 아칸소주의 흑인 대학생인 대스민 할러웨이는 <에이피>(AP) 통신에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겐 꿈이 있다’고 외친 지 45년 만에, 미국은 케냐 남성의 아들을 자유세계의 지도자로 선출했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미국 흑인의 역사
미국 흑인의 역사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4일 밤, 미국은 “오바마, 오바마~”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출렁였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올인’하다시피 압도적으로 오바마를 밀어준 흑인들은 더욱 특별한 감격에 젖어들었다.

 버락 오바마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그랜트파크로 날아온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라며 “기분이 좋다. 우리가 원했고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바로 이런 기분일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윈프리는 일찌감치 민주당 경선 때부터 버락 오바마 지지를 선언해 힘을 보탰었다.

 1984년과 8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기도 했던 흑인 지도자 제시 잭슨 목사의 눈에선 하염없이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아들이자 민주당 하원의원인 제시 잭슨 주니어는 “이것은 평화로운 혁명이다. 오늘밤은 미국(인)의 아주 특별한 축하연이다. 버락 오바마는 확실히 미국인들의 마음을 끌어모았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그랜트파크를 찾은 로즈메리 모리스는 “오늘 내가 흑인인 게 자랑스럽다”며 ‘원더풀 데이!’를 연발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인 조슬린 레드릭은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그저 맥도널드나 월마트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그 아이들은 오바마 당선을 보면서 ‘꿈은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컨설턴트인 거스 미켈로폴러스는 “내겐 오바마의 피부색이 뭐든 상관없다. 그는 영감을 주는 지적인 사람이다”라며 “그가 첫 흑인계 대통령이란 사실은 거기에 얹는 보너스”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미국 흑인의 역사는 억압과 차별, 저항과 투쟁으로 얼룩졌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사회가 감추고 싶은 치부를 당당한 자긍심으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389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걸렸다.


 1619년, 8월, 네덜란드 해적선 한 척이 북아메리카 동부 대서양 연안 버지니아에 흑인 20여명을 떨구었다. 영국 최초의 아메리카 식민지인 제임스타운이 사들인 계약제 하인들이었다. 40여년 뒤 본격화될 미국 흑인노예사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1862년 9월 링컨 대통령은 버지니아 정부가 노예제 법령들을 공표한지 꼭 200년만에 ‘군사적 이유’로 노예 해방 선언을 했다. 1866~68년 사이 흑인의 시민권(수정헌법 14조)과 참정권( 〃 15조)도 보장됐다. 비천한 ‘노예’에서 어엿한 ‘시민’으로 승격했지만, 끔찍한 테러와 노골적인 인종차별의 장벽까지 걷힌 것은 아니었다. 1865년 재향군인 친목모임으로 창설된 케이케이케이(KKK)단은 극우 백인우월주의집단으로 탈바꿈하면서 흑인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 흑인들은 헌법이 보장한 투표권을 실제로 행사하고 백인과 결혼할 수 있게 되기까지 100여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1960년대는 유럽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혁명의 시대’였다. 인종 문제에서도 ‘평등’과 ‘차별’, ‘진보’와 ‘반동’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적어도 제도적 차원에서 인종차별 장벽은 대부분 철폐됐다. 1896년 연방대법원이 “차별은 부당하지만, 구별은 정당하다”는 궤변을 합법화한 ‘짐 크로우’ 체제(흑백분리법)도 1964년 민권법 제정으로 종식됐다. 1965년에는 투표권보장법이 통과돼 흑인들의 투표를 가로막는 장벽이 무너졌고, 1967년에는 흑인이 백인과 결혼할 수 있다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뒤집어보면, 흑인들에게 그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지 이제 40여년 밖에 안된다는 뜻이다.

 반면,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들에 대한 암살도 잇따랐다. 63년 에드가 에버스를 시작으로,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63년), 맬컴 엑스(65년), 마틴 루서 킹(68년) 등 흑인 민권운동지도자 또는 유색인종 지위 개선을 지원했던 거물들이 총탄에 쓰러졌다. 그러나 60년대의 저항운동은 이후 적어도 드러내놓고 흑백 차별이나 분리를 언급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로 이어졌으며, 수많은 흑인들이 정·관계로 진출하는 밑거름이 됐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 3일 이번 대선의 마지막 유세지로 버지니아주를 택했다. 390년전 북미 대륙에 최초로 흑인들이 팔려온 곳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꿈이 영글었다. 이제 흑인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받는 곳에서 살게 되기를” 염원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전면적으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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