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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공황에 빠진 공화당

등록 2008-11-06 19:20수정 2008-11-06 23:33

존 매케인-세라 페일린 공화당 대선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원들이 선거 패배 다음날인 5일(현지시각)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선거운동본부를 폐쇄하면서 유권자 전화번호 목록을 잘게 파쇄하고 있다. 앵커리지/AP 연합
존 매케인-세라 페일린 공화당 대선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원들이 선거 패배 다음날인 5일(현지시각)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선거운동본부를 폐쇄하면서 유권자 전화번호 목록을 잘게 파쇄하고 있다. 앵커리지/AP 연합
텃밭까지 민주에 내주며
의회 의석수 상당수 잃어
마땅한 선장마저 못둔채
시작부터 다시해야 할 판
“거대한 해일을 극복할 수 없었다.”

10선 공화당 의원인 크리스토퍼 셰이스는 5일(현지시각) 지역구 선거 패배를 인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정치 신인 짐 하임스에게 의석을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미국인들의 조지 부시 정부에 대한 혐오와 최악의 경제위기에 대한 근심이 공화당의 텃밭을 잇따라 민주당에 내주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과 의회선거에서 모두 참패한 미국 공화당의 간부들은 6일 버지니아에서 당의 ‘재건’을 모색했다. 다음주에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 모임이 마이애미에서 열린다.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는 “공화당이 <시비에스>(CBS) 방송의 상담 토크쇼 ‘닥터 필’의 자가진단을 받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처한 위기는 단순히 버락 오바마에게 졌다는 게 아니라, 지난 30년간 미국 보수계층을 형성한 정치적 동맹군들이 흩어지고 있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가디언>은 6일 분석했다. 민주당이 1980년과 1992년 사이에, 잇따른 선거 패배로 당의 구조와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해야만 했던 상황을 공화당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는 것이다.

당의 정체성 혼돈과 리더십의 부재는 총체적 위기를 불렀다. 전 백악관 정치고문 칼 로브는 “대선 패배는 민주당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은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공화당 정치행동위원회(GOPAC)의 마이클 스틸 회장은 “‘우리는 오바마가 아니다’라는 말 외에,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선거에서 ‘경제정책’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월가발 금융위기는 공화당과 보수진영의 핵심 가치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휘청거리게 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댄 시뇨어는 “1990년대 경제가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된 이래, 공화당이 경제 분야에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위기는 격렬한 내부 논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외견상으로는 당분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이 당을 이끌어 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상 2012년 차기 선거 때까지 선장 없는 배가 될 공산이 크다. 이에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이후, 폭넓은 정치적 견해를 허용하면서 외연을 넓혀 온 공화당의 ‘빅 텐트’가 흔들릴 수도 있다.

케이토연구소의 마이클 태너는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의 노선 경쟁이 훨씬 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존 매케인의 낙선 연설에서, 오바마보다 매케인에 더 야유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중산층 블루칼라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진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는 사회문제에서 보수적 견해를 취하는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다. 공화당 내 풀뿌리 조직은 그를 당의 미래로까지 여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반면, 당내 경선에 나선 바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경제적 보수주의의 대변자로 떠올랐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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