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리 양(40)
‘닷컴 신화’의 간판 스타였던 야후의 공동 창립자 제리 양(40·사진)이 경제 위기 속에서 쓸쓸히 퇴장한다.
미국 인터넷 포털기업 야후는 최고경영자(CEO) 제리 양이 사임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17일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제리 양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나는 후임자를 찾는 데 참여할 것이고, 새 최고경영자가 정해지면, 이사로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은 지난해 6월 위기에 빠진 야후의 혁신과 부활을 다짐하며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았다. 구글 등에 빼앗긴 사용자와 광고주들을 되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가 야후 경영을 지휘한 지난 18개월은 급격한 매출 감소와 주가 급락 등 악재의 연속이었다. 지난 3분기 순익은 64%나 줄었고, 지난달 21일엔 직원 1만5천명 중 1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양은 특히 올해 2월 시작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인수협상에서 주당 33달러(총액 475억달러)에 야후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거절해 협상이 결렬됐다. 투자자들은 그의 퇴진을 압박해 왔다. 양은 당시 주당 37달러 이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고집했고, 주주들은 그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해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비난했다.
초라하게 퇴장해야 하는 현재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양은 실리콘밸리 역사를 대표하는 기업가로 기록돼 있다. 1968년 대만에서 태어나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스탠퍼드대학 전자공학과 대학원생이던 94년, 동창생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인터넷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검색 엔진을 개발했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야만인의 이름을 붙인 이 검색 엔진이 인기를 끌자, 양과 파일로는 95년 회사를 설립했다. 90년대 말 닷컴 붐을 타고 야후는 미국의 닷컴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고, 이들은 억만장자가 됐다. 양과 파일로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수석 야후’라고 이르며 이사회에만 참여하고, 경영은 테리 시멜 등 전문 경영자들에게 맡겼다. 2000년, 야후는 주당 주가 118달러를 넘겼고, 시가총액 1300억달러가 넘는 다국적 기업이 됐다. 현재 시가총액은 150억달러로 줄었다.
투자자들은 양의 사임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야후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뜨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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