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비용 줄이려 올해 5명중 1명 “나가야”
단일기업으론 최대치…“월가 사업모델 종말”
단일기업으론 최대치…“월가 사업모델 종말”
미국 2위 은행인 씨티그룹이 17일 직원 5만2천명 감원이라는 고강도 처방전을 빼들었다. 씨티그룹 직원 7명 가운데 1명은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뜻이다.
씨티그룹의 인원 감축 규모는 가히 파격적이다. 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1만5천명의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5만2천명 감원 발표에는) 우리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만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금융산업에서 승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감축 규모의 절반 가량은 매각 처분하기로 한 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나머지 절반은 해고와 자연감원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은 이미 올해 2만3천명을 감원한 바 있어, 이번 추가 감원 조처까지 고려하면 한 해에 7만5천명을 줄이게 된다. 지난해만 해도 씨티그룹의 직원 수는 37만5천명에 달했지만, 앞으로는 20%가 줄어든 30만명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그룹 쪽은 밝혔다. 이번 인력감축을 통해 씨티그룹은 100억달러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다. 1993년부터 기업의 인력 동향을 추적해온 채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는 <에이피>(AP) 통신에 “지난 7월 아이비엠(IBM)이 6만명을 감축한 것을 제외하면,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이날 씨티그룹의 주가는 6% 이상 떨어진 8.89달러까지 곤두박질쳤고, 다우존스도 224 가량 추락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새로운 긴축경제의 진원지’라는 기사에서 “월가의 파티는 완전히 끝났고, 금융위기로 인한 후유증만 깊어간다”고 전했다. 신문은 올해 월가와 런던의 시티에 있는 금융권에서 15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에이피> 통신은 미국에서 신용 위기가 도래한 2007년 이래 금융 부문에서 2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보너스 반납도 혹독한 겨울을 맞는 월가의 풍경이다. 골드만삭스 경영진 7명이 16일 연말 보너스를 반납하기로 한 데 이어, 씨티그룹 경영진들도 이런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유비에스(UBS) 은행의 이사진들도 17일 올해 어떤 명목의 보너스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내년부터 급여 시스템을 바꿔, 매년 지급되던 보너스를 최소한 3년의 실적을 평가한 뒤 지급하기로 했다. 조지타운대 비즈니스 스쿨의 핑코위츠 리 교수는 “진짜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9월 이전까지 유지돼 온 월가의 비즈니스 모델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