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파크애비뉴의 씨티은행 본사 건물 안에서 21일 한 사람이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이날 씨티그룹의 주가는 20% 하락한 3.77달러까지 떨어졌다. 뉴욕/AP연합
주가 3.77달러…2년새 시가총액 10분의 1로
부동산 위기에 무리한 파생 투자가 화불러
파산시 ‘대쇼크’ 예상…회사선 “유동성 충분”
부동산 위기에 무리한 파생 투자가 화불러
파산시 ‘대쇼크’ 예상…회사선 “유동성 충분”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 위기에 몰린데 이어, 미국 금융의 상징 씨티그룹마저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21일 씨티그룹의 주가는 94센트(20%) 하락한 3.77달러까지 떨어졌다. 투자 가치가 없다는 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5일 연속 하락하면서, 일주일 만에 주가의 60%가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205억달러로 줄어 미국 5위 은행으로 추락했다. 2006년 말(2440억달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192년 역사를 지닌, 월가의 상징 씨티그룹의 위기는 부동산 거품과 파생상품에 의존해 손쉽게 돈을 벌면서 단기이익과 경영진의 보너스에 집착하고 위기 관리와 감독을 소흘히해 온 월가 관행의 결정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벌어지던 2007년 9월 중순, 찰스 프린스 당시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들이 모였다. 당시 프린스 최고경영자는 모기지 관련 투자가 430억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고받았다. 그가 감독 책임자인 토머스 마헤라스에게 문제가 없겠느냐고 묻자 마헤라스는 “큰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고,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후 씨티그룹은 650억달러의 손실과 자산상각을 겪었고, 이중 절반 이상이 모기지 관련 투자에서 비롯됐다.
오바마 인수팀의 자문역도 맡았던 로버트 루빈 전 씨티그룹 회장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오랫동안 씨티그룹의 선임고문을 맡은 루빈은 프린스 전 회장과 함께 파생상품 거래 등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관 재임 시절, 규제를 철폐해 씨티그룹이 전통적 상업은행 역할을 넘어 파생상품 거래에서 이윤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한동안 씨티그룹은 신용카드와 모기지 투자,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등으로 분기별로 수십억달러씩을 벌었다. 프린스 전 최고경영자는 투자 책임자들에게 모기지와 부채를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부채담보부증권(CDO) 거래 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라고 압력을 넣기도 했다. 판을 키우기 위해 모회사의 장부에 기록하지 않는 자회사의 거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파생상품 투자를 늘렸다. 여기서 비롯된 재앙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550억달러의 부실이 장부에 잡히게 됐지만, 여전히 신용카드와 관련된 부실자산 1220억달러어치와 수십억달러의 기타 부실자산이 추가로 장부에 올라야 할 상황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씨티그룹이 파산할지, 생존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씨티그룹 경영진들은 지난주말 내내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들과 긴급회동해 위기 해결책을 논의했다. 최고경영자 교체, 회사의 전체 또는 일부 매각 등 다양한 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블룸버그 뉴스>는 21일 정부가 씨티그룹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2조달러의 자산, 전세계 106개국에 2억명의 이용자들 두고 있는 씨티그룹이 망한다면, 지난해 베어스턴스 은행 파산, 올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보다 더 심각한 제3의 쇼크가 몰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씨티그룹은 망하게 놔두기엔 너무 크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쪽은 위기를 극복하기에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금 인출 사태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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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 쪽은 위기를 극복하기에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금 인출 사태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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