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7600억달러…세계 총생산 14%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불리는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지금껏 지급했거나 지급하기로 한 돈이 약 7조7600억달러(약 1경165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13조8075억달러)의 절반을 웃돌고, 세계 총생산의 14%에 이르는 액수다.
<블룸버그 뉴스>는 24일 “미 정부가 15개월 전 비롯된 신용경색(‘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시스템을 구제할 목적으로 7조7600억달러를 사용했거나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씨티은행의 부실자산 3060억달러에 대한 지급보증과 200억달러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한 수치다. 이 가운데 3조1800억달러는 이미 집행됐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업어음 매입 등으로 구제금융 총액의 약 61%인 4조740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저금리로 은행을 보조해 줬고, 연방주택공사(FHA)는 모기지 보증을 서주는 식으로 금융권을 지원했다.
재무부의 구제금융법은 입법부의 엄격한 심사를 받았지만, 연준이 지출하는 돈은 그렇지 않다. <블룸버그 뉴스>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금융권에 지원한 돈은 절대 떼일 일이 없다’고 말했지만, 연준은 대출 담보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입한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미국 정부는 1989년 3940억달러어치의 저축대부조합(S&L) 부실채권을 사들였으나, 이 가운데 3분의 2 가량을 끝내 회수하지 못한 채 손실처리했다.
구제금융은 앞으로도 꼬리를 물고 기다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자동차산업은 수십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원하고 있으며, 다른 산업들도 줄을 서 있다”고 25일 전했다. 이 신문은 구제금융 규모가 어떤 ‘지점’에 이르면, 투자가들에게 미 정부의 커다란 재정적자와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의문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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