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0~0.25%로…채권 매입 시중에 유동성 공급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제로 금리’ 시대에 진입했다. 시장에 돈을 퍼부어서라도 신용경색을 풀고, 경기후퇴를 막겠다는 강한 뜻이다. 주요국들도 잇따라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증시는 미국발 세계 저금리 시대의 개막에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미국 연방준비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16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연준과 지역 연방준비은행장으로 구성된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방자금 금리의 목표 범위를 0~0.25%로 책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913년 설립 이후 연준이 1% 밑으로 기준 금리를 낯춘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1%로 낮추는 등 최근 14개월 동안 아홉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연준은 “예외적으로 낮은 수준의 연방자금 금리가 한동안 보장될 것”이라며 “가격(물가) 안정을 유지하고, 안정적 경제성장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가 다시 살아날 때까지 제로 금리를 지속시키겠다는 뜻이다.
금리가 제로 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연준은 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등 발권력을 이용한 ‘양적 완화’(통화 팽창) 정책도 추진할 것임을 내비쳤다. 연준 은행들로부터 재무부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통화량 공급을 늘리고, 내년 초 ‘기간자산담보부증권 대출창구’(TABSL)를 개설해 가계와 중소기업에 신용(자금)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연준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모기지(주택금융) 담보증권과 모기지 업체가 발행한 채권 구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시스템을 규제·감독하고 통화를 관리하는 게 본업인 중앙은행의 전례 없는 조처들이다.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앞으로 연준이 6천억달러에 이르는 모기지 담보증권을 매입하고, 2천억달러의 자동차 할부, 신용카드 대출, 학자금 융자 등을 토대로 발행된 채권 2천억달러어치를 사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인하 소식에 16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4.20% 상승하는 등 세계 주요증시가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도 17일 28.53(2.46%) 오른 1190.09로 시작해 한때 1196선까지 올라섰으나 기관의 매도에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8.19(0.71%) 오른 1169.75에 장을 마치며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국인과 개인이 순매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달러당 24.60원 급락한 1325.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류이근 황상철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