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의 제보자, ‘딥 스로트’인 마크 펠트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18일 울혈성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95.
그는 1972년 닉슨이 재선을 위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들을 동원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대한 불법 감청을 시도했다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제보해,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사임하게 만들었다.
1942년 미국 연방수사국 요원이 된 펠트는 본부에서 요원 교육과 내부 감사 업무를 맡고 있던 1970년, 백악관에서 당시 해군장교이던 보브 우드워드와 처음 만났다. 1971년 연방수사국 부국장으로 승진한 펠트는 1972년 에드거 후버 당시 국장이 사망한 뒤 자신이 국장직을 승계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닉슨 대통령은 펠트를 거부했다. 펠트는 그해 여름, <워싱턴 포스트>의 초년 기자이던 우드워드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을 알렸다.
우드워드는 미국을 뒤흔든 이 역사적 사건의 제보자를 ‘딥 스로트’로 부르면서, 펠트의 존재를 철저히 비밀로 했다. 닉슨 대통령과 측근들은 한때 펠트를 의심하기도 했으나, 펠트는 강하게 부인했다.
‘딥 스로트’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2005년이다. 펠트는 <베니티 페어> 인터뷰에서 30년 동안 지켜온 비밀을 털어놓았다. 비판자들은 그를 배신자로 여기고, 지지자들은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한 영웅적 내부고발자로 평가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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