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친환경 등 주문
이행 어려워 부담 될 수도
이행 어려워 부담 될 수도
조건부 구제금융으로 겨우 생명을 연장하게 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운명은 버락 오바마 새 행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제너럴모터스(지엠)와 크라이슬러에 174억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이튿날 캐나다도 두 회사가 파산할 경우 온타리오주를 중심으로 수십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33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캐나다의 지원은 조건이 붙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자동차 회사가 (내년) 3월31일까지 생존 계획을 내놓는 데 실패할 경우, 지원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부시 행정부의 자동차 구제금융을 “필요한 조처”라고 지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 지원과 함께, 자동차 회사들은 장기 생존능력을 갖출 수 있는 데 필요한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자동차 업체를 무조건 지원하진 않겠다는 뜻이다.
오바마는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를 높이고,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조건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따질 태세다. 그는 2006년 의회에 자동차 업체들이 해마다 1갤론(3.7ℓ)당 1마일(1.6㎞)씩 연비를 높이고, 대체연료 사용을 장려토록 하는 2개의 법안을 제출했다. 이후에도 줄기차게 친환경 자동차 생산을 요구해왔다. 오바마는 “자동차 회사들이 장기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낡은 경영방식을 개혁할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19일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뉴욕 타임스>는 21일 “(어려운) 경제가 에너지 효율적인 자동차 산업에 대한 오바마의 청사진을 시험할 것”이라고 전했다. 생존이 급박한 자동차 회사들이 고효율 자동차 생산이라는 오바마의 주문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오바마의 주요 정치적 후원 단체인 미국자동차노조(UAW)의 이해와 충돌하는 것도 부담이다. 노조는 고효율 자동차 생산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오바마의 제안을 거부해왔다. 노조는 오바마에게 부시 대통령이 내건 ‘구제 조건’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자동차 기업들이 장기 생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친환경차 개발 의지가 없는데도 지원에 나선다면, 오바마는 만만찮은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 경우 140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부결시켰던 공화당의 반발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오바마는 여러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벼랑 끝에 선 미 자동차 산업을 살려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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