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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모기지 개척자에서 탐욕의 투기꾼으로

등록 2008-12-26 19:13

허버트 샌들러(77·오른쪽) 아내 매리언(왼쪽)
허버트 샌들러(77·오른쪽) 아내 매리언(왼쪽)
허버트 전 월드세이빙 대표
허버트 샌들러(77·오른쪽)는 버는 족족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뜯기던 노름꾼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1960년대, 그는 아내 매리언(왼쪽)과 함께 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들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전문으로 했다. 은행은 나중에 이름을 바꾼 ‘월드세이빙’으로 널리 알려졌다.

1980년대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토대를 닦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탈규제 바람이 불었다. 샌들러 부부는 이 틈을 타 ‘옵션 변동금리 모기지(ARM)’로 불리는 ‘지불 방식 선택’(픽-어-페이) 모기지 상품을 처음 시장에 내놨다. 매월 일정금액의 이자를 내지 못하면 원금이 불어나는 조항도 있었다. 이전엔 대출자를 잠재적 위협에 빠뜨릴 수 있다며, 허용되지 않았다. 신용이 낮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회사는 1998년 이후 2005년까지 네 배나 성장했다. 2005년 한 해 동안 미국 전체 옵션 변동금리 모기지 2380억달러 가운데 월드 세이빙은 20%가 넘는 520억달러를 대출했다.

사람들은 그를 ‘모기지의 개척자’로 불렀다.

하지만 2006년 10월을 정점으로 폭락하기 시작한 주택시장은 그를 새롭게 평가했다. 샌들러 부부가 출시한 옵션 변동금리 모기지를 선택한 200만명의 고통과 희생이 늘면서, 그들은 “모기지 산업에 병을 퍼뜨린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 변호사협회는 최근 이 부부를 상대로 “약탈적인 대출을 했고, 투자가들을 엉뚱한 길로 이끌었다”고 소송을 냈다.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2006년 샌들러 부부로부터 월드세이빙을 사들인 미국 4대 은행 와코비아는 이 은행의 대출 부실에서 기인한 261억달러를 손실처리 해야만 했다. 문제의 지불 방식 선택 모기지의 90일 이상 연체률은 6.2%가 넘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로 와코비아는 다시 웰스파고에 넘어갔다.

허버트 샌들러는 <엔비시>(NBC) 방송의 간판 프로인 ‘쎄러데이 나잇 라이브’에서조차 “탐욕스러운 은행가”의 대명사로 조롱거리가 됐다. 샌들러 부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맡은 윌리암 제이 퍼디 3세는 “지불 방식 선택 모기지는 미 중산층를 향해 배치된 가장 파괴적인 금융 무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버트 샌들러는 “만약 주택가격이 최대 50% 가까이 폭락하지 않았다면, 어느 누구도 이러한 의문들을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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