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협회 보고서…“주도권 한국에 있다”
외교 관련 민간기구인 미국 외교협회(CFR)는 27일 ‘북한 급변사태 대비’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북한 정권을 교체시키려 하기보다는 현재 김정일 정권의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오바마 행정부에 권고했다.
폴 스테어스 외교협회 예방조처센터 국장과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를 계기로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후계 구도를 △후계자가 지정된 상태에서 지도부가 바뀌는 ‘관리된 승계’ △군부 출신 인물이나 집단이 경쟁을 벌이는 ‘경쟁적 승계’ △과거 동유럽처럼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승계 실패’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경쟁적 승계’나 ‘승계 실패’ 상황에서는 비무장지대(DMZ) 및 서해상에서의 남북 무력충돌, 대규모 탈북사태, 식량난 등 북한 내부의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 대량파괴무기(WMD) 안전 확보, 북한내 치안과 안정 유지 문제 등의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통제를 위해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게 될 경우 상황이 무척 복잡해질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다각적인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체제 붕괴 뒤 치안 및 안정 유지를 위해선 11만5천명에서 최대 46만명의 한·미 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런 점들을 근거로 보고서는 미국 정부에 북한에서 정권 교체를 추구하기보다 현 김정일 정권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게 유용하다며, 이를 위해 북핵 6자 회담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일방적 행동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북한의 변화를 관리하는 주도권이 한국에 있음을 인정할 것,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을 건의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구체적인 정책과 관련해, 대북 정보능력 강화와 북한과의 접촉 창구 유지를 권고하면서, 특히 한국전쟁 당시 숨진 미군 유해 발굴사업 재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원제 기자, 워싱턴/연합뉴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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