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스틸(51·사진)
메릴랜드 전 부지사 스틸 당선…당 이미지 갱신 ‘속뜻’
미국 공화당이 사상 최초로 흑인 전국위원회 의장 시대를 맞이했다. 지난달 30일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선거에서 6차례 투표의 접전 끝에 승리한 ‘공화당의 오바마’ 마이클 스틸(51·사진) 전 메릴랜드 부지사가 주인공이다.
보수적인 공화당이 흑인인 스틸을 당의 주요정책을 총괄하는 전국위원회 의장으로 선택한 것은, 백악관과 의회 다수당 지위를 모두 잃고 위기에 빠진 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려는 조처로 분석된다. 부유층과 기독교 근본주의, 남부 보수주의에 기반한 ‘집 토끼 전략’이 철저히 실패하면서, 새로운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스틸 의장도 당선 뒤 기자회견에서 “당의 새로운 새벽을 맞았다”며 “공화당이 소수자와 보통 미국인들의 삶에 신경쓰지 않는 정당이라는 여론을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국위원회 멤버도 아닌 스틸이 이날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데는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검은 돌풍’ 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로널드 월터스 메릴랜드대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에 “(오바마의 당선으로) ‘불가능’이 현실이 된 시대다. 스틸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곳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스틸 의장도 오바마 대통령처럼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양아버지 아래서 자랐고,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91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뒤, 한때 가톨릭 신학교에 다니기도 했다. 1990년대 초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빠르게 공화당의 차세대 인물로 성장했다. <폭스 텔레비전> 등 언론에 단골로 등장해 공화당의 의제를 대변하면서 일찌감치 전국적 유명세를 얻었다. 지난 2003~2007년 흑인 최초로 메릴랜드주 부지사를 지냈으며, 2006년에는 상원의원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