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남녀칠세부동석’
미국 ‘남녀분반’ 공립학교 최근 445개로 늘어
학업능률 신장 효과…성 선입관 조장 우려도
학업능률 신장 효과…성 선입관 조장 우려도
“남자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미국 뉴욕의 공립 초등학교 ‘이글스쿨’에 다니는 호르헤 히메네스(11)는 남녀 분반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자 그는 “며칠 전 남자 선생님에게서 데오도란트(땀냄새 제거제) 사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5학년 일부 학급에 남녀 분반을 실시하고 있다. 학습효과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학교장이 적극 추진한 결과다. 처음엔 망설이는 학부모들도 많았지만, 올해부터 옆 학교도 남녀 분반을 도입할 만큼 환영받고 있다. 아들이 ‘남자반’에 다니는 한 학부모는 “(남자애들이) 예전엔 여자애들 앞에서 누가 가장 ‘터프’한지, 누가 ‘쿨’한지 자랑하는 데 열심이었다”며 “지금은 아이의 태도가 선생님의 지적을 받는 일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싸움이 줄고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고 방과 후 활동도 늘었다는 것이다. 미 전역에서 남녀 분반을 실시하는 학급은 445개에 이른다고 <뉴욕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연방 정부가 2004년 공립학교의 남녀 분반 실시를 허용하면서 부쩍 늘어난 수치다. 이글스쿨에선 학업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분반’에 배정된 경우가 많아 학업성적의 객관적 비교가 어렵다. 합반과 분반의 장단점에 대한 학계의 논의도 정리되지 않고 있다. 성에 대한 선입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킴 갠디 전미여성기구(NOW) 회장은 “산수 시험에서 여학생한테 져본 적 없는 남학생들은 나중에 자라서 여성 상사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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