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회수 힘들고 파산 충격 적어” 정치전문지 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에이아이지(AIG)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회사에겐 대규모 구제금융이란 ‘당근’을 준 반면, 자동차 기업들에겐 파산 경고의 ‘엄한 채찍’을 휘두른 이유는 뭘까?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30일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권과 자동차 산업 사이에서 공정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자동차 업계들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생존을 위한 현실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에 가까운 한 민주당 인사는 “백악관은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있는 인사들이 금융권의 경영진에 있다고 신뢰를 보내는 반면, 자동차 산업쪽에 대해선 워크아웃을 해낼 능력과 계획이 없다며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투입한 공적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정부가 금융기업의 우선주를 확보해 세금의 상당 부분을 보전할 수 있지만 자동차 기업들이 파산할 경우 채무변제 우선권이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셋째는 경제 전반과 혈관처럼 연결돼 있는 초대형 은행들이 파산하면 전체 미국 경제 시스템을 뒤흔들 파괴력을 가진 반면, 자동차 기업들에는 이런 ‘대마불사’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최대 자동차기업이 파산해도 경영자나 노동자, 부품업자와 판매망의 피해로 한정된다.
넷째,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이미 잘못된 투자로 경쟁력을 잃었고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정부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자체 생존능력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마지막으로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을 꼽았다. 백악관의 한 자문역은 “납세자들이 구제금융 자금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보고 반기를 든 상황에서 잘못한 최고경영자(CEO)를 내쫓는 모습은 대통령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주는 매우 영리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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