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취임 뒤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바그다드에 있는 미군 기지 캠프 빅토리에서 미군 병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
터키선 화해 손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깜짝 방문했다. 자신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반대했던 ‘이라크 전쟁’의 현실을 살펴보기 위해, 미군 최고 통수권자가 된 뒤 처음으로 그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그다드의 미군 기지 캠프 빅토리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 병사들을 향해 연설하면서 “이라크인들에게 변화의 시간”이 왔다며, 이라크인들이 조국을 책임져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는 이라크전을 끝내겠다며 대부분의 병사들을 내년 여름까지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해야할 많은 일들이 남아 있다”며 앞으로 18개월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내년 8월까지 미군 전투 병력을 이라크에서 철군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테러 대응 등의 명분으로 5만여 미군이 남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캠프 빅토리에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만나 미군 철군 일정과 쿠르드 반군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과는 전화로 통화했다. 오바마는 애초 이라크 정부 청사가 있는 바그다드 중심 그린존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악천후를 이유로 일정을 바꿨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날 오후 바그다드에 도착해 레이 오디어노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의 영접을 받았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이라크에선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6주년을 앞두고 폭탄 테러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으며, 오바마가 도착하기 몇시간 전에도 바그다드의 시아파 사원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나 8명이 숨졌다.
오바마는 8일간의 유럽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6~7일 터키와 이라크 방문을 통해 이슬람 세계에 적극적인 화해와 공존을 원하는 손길을 내밀었다. 7일 터키 이스탄불에선 무슬림 젊은이들과 ‘타운홀 미팅’을 마련해 “나는 미국과 이슬람 세계의 관계를 재건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에 따라 터키에 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이슬람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다는 한 터키 대학생의 지적에 “나는 이라크전에 반대했지만, 이라크가 폭력 속으로 붕괴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군대를 철수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며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인내를 갖고 미국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날 터키 의회 연설에서는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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