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부채 추이
오바마 카드남용 억제법 추진
저축 권유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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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에 터 잡은 소비 의존형 미국 경제의 대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저축과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경제가 가계 소비와 해외 수입을 줄여 나가면, 지난 수십년 동안 대미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온 많은 나라들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19일(현지시각) <엔비시>(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 정부는 경제가 회복되면 재정적자 감소, 부채 부담 완화,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 감소에 전략적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금의 ‘부채 경제’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육박한다.
지난 몇년 동안 ‘제로’(0%)를 조금 웃돌 정도의 낮은 저축률에도 불구하고 큰 씀씀이와 무역적자는 결국 나라 밖에서 돈을 빌려와 미국 경제를 지탱하도록 만들었다. 서머스 위원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만간 신용카드 남용을 막는 법률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용카드 남용과 남발을 줄이는 대신 저축 증대를 꾀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민주당과 소비자 보호단체는 이미 관련 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신용카드는 그동안 미국 국내총생산의 100%를 웃도는 가계 부채와 소비를 상징해왔다.
미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는 ‘오바마노믹스’는 세계 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의 가장 큰 야망은 부채를 점점 키우는 미국의 소비 의존형 경제를 바꾸는 것”이라며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이 더는 미국의 수입과 거대한 무역적자에 의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해마다 6천억~7천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면, 지구촌 다른 나라들은 그만큼의 흑자를 통해 성장해왔다. 오바마는 지난주 “차입과 소비의 시대를, 국내에선 덜 소비하고 나라 밖으로 더 수출하는 시대로 바꾸는 새로운 성장과 번영의 토대를 놓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변화의 움직임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수입은 1년 전보다 26% 줄었고, 경상수지 적자는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259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개인 저축률도 4%를 기록하면서, 빠르게 회복중이다. 하지만 이미 제조업 기반이 거의 무너진데다, 값싼 외국 물품에 길들여진 미국인들이 쉽게 소비 태도를 바꿀 수 있는지가 오바마의 구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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