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뒤 대화 강조하자 ‘지도부 의견대립’
이란은 왜 간첩 혐의로 재판정에 세운 미국 여기자를 석방했을까?
11일 미국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32)가 석방된 배경에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고민중인 이란 고위층 내의 의견 대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의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난 1월 이란이 사베리를 체포한 데는 애초부터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란 고위층이 핵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이 심해지자, 사베리 구금을 ‘협상용 카드’로 쓰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뒤 줄곧 이란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지난 3월20일 노우루즈(이란 전통 설)에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성의를 보이자, 사베리 기자를 가둬두고 있는 데 대해 이란 지도부 내에서 대립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처음에는 사베리 기자가 이란에서는 불법인 술을 샀다는 혐의로 체포됐지만, 나중에는 스파이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점이 근거라는 것이다.
다음달 12일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심 공판 전에 매우 이례적으로 사법부에 편지를 보내 “공정한 재판과 사베리의 법적 권리 보장”을 당부했다.
탈레반이 파키스탄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도 미국-이란 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란은 탈레반 세력이 이란 동부 국경지역에 대한 주요한 위협이라고 여기고 있어, 탈레반 소탕에 대해서는 미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란의 이번 판결에 대해 관계개선에 대한 성급한 기대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아프간 관련 국제회의에서 이란 쪽에 사베리 외에도 이란에서 구금 혹은 실종된 다른 미국인 2명의 귀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이번 판결은 그에 대한 ‘절반의 대답’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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