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물고문 ‘진실공방’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미국 민주당의 의회 지도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중앙정보국(CIA) 사이에 테러 용의자 물고문 논란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보국은 2002년 9월 펠로시 등에게 물고문 실시를 정확히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펠로시는 속았다고 반박한다.
펠로시는 14일 “물고문이 쓰이지 않는다는 한마디 언급이 있었는데, 당시에 이미 물고문이 실시됐다”며 “(중앙정보국이) 우리를 항상 오도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보국은 이 브리핑 한달 전에 테러 용의자 아부 부바이다에게 83차례의 물고문을 가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이날 중앙정보국은 “의회를 오도하는 것은 우리의 방침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공화당은 펠로시가 이미 2002년에 물고문 실시를 알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최근 물고문 관련 메모가 공개되자 뒤늦게 맹비난하는 “위선적 인물”이라고 비난해왔다.
2002년 9월 문제의 브리핑에 공화당 의원으로 참가했던 포터 고스 전 중앙정보국장은 “당시 설명한 (고문) 기법이 실시됐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물고문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억상실증”이라며 펠로시를 비난했다.
최근 공개된 자료는 당시 브리핑이 ‘아부 부바이다에 대한 강화 심문기술 및 사용된 강화 심문기술에 대한 설명’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번 논란은 물고문을 지시한 부시 행정부 관리들에 대한 처벌 여부, ‘진실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공방과 함께 한동안 워싱턴 정가를 달굴 전망이다. 펠로시가 이날 “2003년 2월 물고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처음으로 밝혀, 이제야 ‘뒷북을 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속았다”는 펠로시의 주장에 대해 “부시 행정부와의 오랜 다툼을 격화시키려는 의도된 계산이거나, 의심받는 한 정치인의 무모한 행동 중 하나이거나, 두가지 모두ㅈ 해당될 수 있다”며 “계획적이든 우연이든 논란은 더욱 커지게 됐다”고 15일 보도했다.
김순배 기자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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