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주중대사에 공화당 유타주지사 지명

존 헌츠먼…공화당 차기대선 주자로 꼽혀
오바마 초당적 임명 이어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 중국주재 신임 미국 대사에 공화당 소속인 존 헌츠먼(49) 유타주 주지사를 지명했다.

헌츠먼 지사는 2012년 실시될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 대항마로 꼽는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민주당 소속인 오바마 대통령의 인선 배경이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지명사실을 발표하면서 "주중대사직이 특별히 중요함을 염두에 두고 지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헌츠먼 지명자가 중국과의 파트너십 증진에 일생동안의 경험과 지식이 있다면서 "이 임무에 더 적합한 사람을 생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 놓여 있는 광범위한 문제들을 고려할 때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주중대사직이 중요하다"면서 "중국과의 협조를 통해 21세기의 전지구적 도전들을 미국이 가장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아시아와 세계의 주요한 도전들과 맞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그것이 내가 북한과 파키스탄 상황을 포함한 지역의 여러 위협들에 대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얘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헌츠먼 지명자가 미국의 이익과 목표에 대한 무제한적인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존은 당보다 국가를 항상 먼저 두는 지도자"라고 대사직을 수락한 헌츠먼 지명자를 평가했다.

이에 대해 헌츠먼 지명자는 주중대사직 제안이 예상 밖이었다면서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임을 이해했다"고 수락 이유를 밝혔다.

헌츠먼 지명자는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 캠프의 전국 공동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루이지애나주의 바비 진달 주지사, 미네소타의 팀 폴렌티 주지사 등과 함께 차기 공화당 떠오르는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공화당이 대선 패배를 딛고 부활하기 위해서는 당의 노선을 보다 온건한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건파로서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유타주 주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헌츠먼 지명자는 환경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동성애 결혼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오바마 정부의 철학과도 일부 공통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참모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냈고,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아버지 부시) 시절인 1992년에는 불과 32세의 나이로 싱가포르 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모르몬교 선교 활동을 대만에서 벌이며 중국어에 능통하고, 1999년 중국의 한 야채시장에 버려져 있던 중국인 소녀를 입양하는 등 중국과 인연도 깊다.

헌츠먼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미국의 역대 주중대사 중 가장 오랜 기간(7년)을 재임했던 클라크 랜디트 직전 대사의 뒤를 이어 중국에 부임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공화당 출신인 레이 라후드 전 연방 하원의원을 교통장관에 임명하고, 부시 행정부 각료였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초당적 국정운영 노력을 벌여 왔다.

황재훈 특파원 [e-mail]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