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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낙태논쟁’ 재점화

등록 2009-05-18 20:31수정 2009-05-18 20:3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가톨릭 대학인 노트르담대 졸업식에서 연설하는 동안 낙태에 반대하는 이 학교 졸업생들이 노란색 낙태 반대 상징을 학사모에 그려넣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로 오바마의 연설이 두 차례 중단되기도 했으며, 20여명의 시위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사우스 벤드/ AFP 연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가톨릭 대학인 노트르담대 졸업식에서 연설하는 동안 낙태에 반대하는 이 학교 졸업생들이 노란색 낙태 반대 상징을 학사모에 그려넣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로 오바마의 연설이 두 차례 중단되기도 했으며, 20여명의 시위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사우스 벤드/ AFP 연합
오바마 “열린 가슴 갖자“ 가톨릭계 대학서 연설
보수쪽 “신임 대법관 사상검증 할것” 공방 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가장 민감한 사회적 가치 이슈인 낙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 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인디애나주의 유명 가톨릭대학인 노트르담대학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졸업식 축하연설을 하면서 “낙태를 둘러싼 찬반 양쪽의 견해가 화해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양쪽에 “열린 가슴과 열린 정신, 그리고 균형잡힌 말을 사용하자”고 호소했다. 화해는 어렵지만, 적어도 공통의 기반 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것이다.

낙태 찬성론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생명을 둘러싼 민감한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취임 직후,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줄기세포 연구 제한을 해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지만, 연구에 대한 새로운 규칙 마련을 국립보건연구소에 일임했다. 최근에는 모든 낙태권을 합법화하는 ‘선택의 자유법’을 입법하자는 요구를 받고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낙태 반대론의 중심인 노트르담대의 졸업 연설을 수락했을 때부터 논쟁이 일자, 한때 낙태 문제를 둘러싼 논란만 간단하게 언급하는 수준의 연설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그는 낙태와 다른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견의 간격을 잇는 다리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호소하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연설 도중 낙태 반대 구호가 터져 나오자 “불편한 사실에 대해 뒷걸음질치지 않을 것”이라며 연설문에 없는 발언을 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졸업식은 오바마 대통령의 참석을 전폭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부 졸업생들은 학사모에 ‘낙태 반대’ 리본을 달았고, 일부는 졸업식 대신 낙태반대 미사에 참석했으며, 시내 곳곳에서 낙태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내 낙태를 둘러싼 논란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대선과 총선에서 정치적 기류가 진보적 흐름으로 바뀐 것과는 달리, 지난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선 낙태권 반대가 52%, 찬성이 42%로 나타나 15년만에 처음으로 낙태 반대가 우세했다. 사임 의사를 밝힌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지명을 앞두고, 보수진영은 낙태와 동성애 등에 대한 ‘사상 검증’을 예고하고 있어 낙태 문제는 올여름 미국 정가의 핫 이슈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뜨거운 논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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