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총부채/국내총생산(GDP)
[진단 & 전망] GDP 맞먹는 미국 정부 부채액
부채 덩치 커지면 이자부담으로 성장 속도 줄어
물가·임금 올려 빚 갚자니 금리 들썩일까 걱정
부채 덩치 커지면 이자부담으로 성장 속도 줄어
물가·임금 올려 빚 갚자니 금리 들썩일까 걱정
현재 미국의 개인, 기업, 국가 등이 지고 있는 총부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80%가 된다. 이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지고 있는 빚인데, 총부채잔액이 약 11조달러로 이것만 해도 국내총생산액(약 14조달러)의 거의 80%에 이른다. 올해만 해도 미국 정부의 부채는 약 1조8천억달러나 늘어날 것이고, 이것은 미국 국내총생산액의 약 13% 수준이다.
물론 이렇게 미국 정부의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에 가계와 금융기관이 부실해지자, 이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해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미래 납세자의 돈을 여기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정부는 정부 부채의 수준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보장과 국민의료보험 보장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미국 정부의 잠정 부채만 이미 40조달러를 웃돈다. 시간이 가면서 이 부채가 점점 현실 문제로 닥쳐올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연간 ‘정부 부문 적자/국내총생산’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며, 적자(부채)가 늘어나면 계속 생산액이 늘어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각국별로 이 수준이 일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로 이 비율(정부 부문 적자/국내총생산)이 10%를 웃돌면 그때부터는 부채에 의한 성장의 속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부채 증가로 성장도 늘어나지만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가 늘어나 생산은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보통 부채를 늘려서 성장을 늘리는 정책을 펴는 나라의 그 당시 이자율 수준은 낮다. 보통 중앙은행이 먼저 금리를 내려서 경제를 살려보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잘되지 않아서 국채를 팔아 정부의 빚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돈을 구하려면 국채를 팔아야 하고, 국채는 누군가가 사주어야 한다. 국채의 잔고가 점점 높아지고, 국채의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면 국채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도 낮은 금리에서 국채를 팔아야 하면 정부는 중앙은행에 국채를 사라고 한다. 중앙은행은 아무런 노력도 들이지 않고, 돈을 인쇄기에서 찍어내어 이 국채를 사준다. 만약 이렇게 계속 정부 국채를 중앙은행의 은행권으로 교환하는 일이 일어나면 국채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미국은 아주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미국 정부와 가계가 빚은 너무 많이 지는 한편, 그 빚에 해당하는 생산물은 만들어내지 못한 탓에 금융위기가 왔는데, 이것이 실물경제마저 밑으로 끌어내리자, 이를 살리기 위해서 금리를 낮추고, 이것도 모자라 정부의 국채를 미국 중앙은행이 사주고 있는 중이다.
이미 얘기했다시피 미국의 총부채는 국내총생산액의 약 380%나 된다. 1930년대 초 대공황기의 26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여기서 빚의 수준을 줄여야 한다. 빚을 줄이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열심히 저축해서 갚는 길이다. 둘째는 부도를 내버리는 것이다. 셋째는 자본을 늘리는 것이다. 넷째는 자산을 팔아서 그 돈으로 빚을 갚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경기후퇴가 찾아왔다면, 이 모두는 실시하기 어려운 조처들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게 물가를 올리는 방법이다.
가장 비밀스럽게 그러나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물가를 올리는 길이다. 정부나 개인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부채는 물가가 올라도 명목금액으로 그냥 그대로 있다. 그러나 자산은 물가가 올라가면 같이 따라서 올라간다. 물론 개인에겐 자산이 없을 수도 있지만 물가가 올라가면 임금이 올라간다. 그리고 물가가 올라가면 그에 대응하여 세금도 늘어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맡고 있는 벤 버냉키는 2003년 일본에 건너가서 물가를 조금씩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훈수를 둔 바 있다. 물가를 올려 부채의 부담을 줄이는 전략, 이것이 성공하기만 한다면야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물가가 올라가면 미국의 금리는 가만히 있을까? 사실 10년짜리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미 작년 말부터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과 월스트리트는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부채-물가·금리-성장’의 삼각관계에서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하상주 ‘하상주투자교실’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