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후보 지지 펼침막 내걸어…해당 후보 “음해용”
“우리는 당신을 지지하고 죽을 때까지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다.”
멕시코 중서부 콜리마주의 악명 높은 마약조직 걸프카르텔이 5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제도혁명당(RPI) 소속으로 이 지역 주지사에 출마한 마리오 앙기아노를 지지하는 펼침막을 고속도로에 내걸었다. 앙기아노 후보는 경쟁 후보들이 자신을 공격하려는 술책으로 이 펼침막을 내걸었다고 반격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정치·경제를 장악한 마약조직들이 지방선거에도 개입하고 있다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다.
멕시코 언론들은 앙기아노 후보의 동생이 각성제의 일종인 메타암페타민을 거래한 혐의로 10년형을 선고 받았으며, 사촌은 거대 마약조직 두목으로 27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미국 텍사스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주지사 6명과 시장 등 지방행정책임자 565명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는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띄고 있다. 지난 2006년 취임한 칼데론 대통령이 주도한 마약전쟁으로 멕시코에선 지난해에만 6300여명이 숨졌고, 올 들어서도 2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이피>(AP) 통신은 “야당인 제도혁명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칼데론 대통령이 4만5000여명의 군경을 투입해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멕시코 마약 조직은 지난달 29일 칼데론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행동당(PAN) 소속 차량에 불을 지르고 후보들의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쪽지를 남기는 등 이번 선거를 마약전쟁의 대리전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당이 승리한다 해도 마약조직의 뿌리가 뽑힐 것으로 생각하는 멕시코 사람은 별로 없다. 집권당과 야당을 가릴 것 없이 후보들이 마약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지난달에도 마약조직과 연루된 현직 시장 10명과 경찰 수뇌부가 무더기로 검거됐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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