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가나 수도 아크라의 공항에서 열린 환송행사에서 전통 춤 공연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아크라/AP 연합
오바마, 가나 케이프코스트캐슬 방문
“아프리카 발전모델은 한국·싱가포르
“아프리카 발전모델은 한국·싱가포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 아프리카 가나에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케이프코스트 캐슬을 찾았다. 케이프코스트 캐슬은 17세기 영국이 아프리카 노예들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실어 나르기 전 수용하던 요새였다. 식민으로 점철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케이프코스트 캐슬의 ‘돌아오지 못하는 문’에 서 있는 오바마의 모습은 유난히 심각해 보였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부인 미셸, 두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리카인의 후손인 내 두 딸이 ‘돌아오지 못하는 문’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바람은 항상 인류가 진보하는 방향으로 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많은 가나인들이 흑인 출신 첫 미국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에 열광했다. 시민들은 오바마를 보려고 모여들었고, 미처 자리를 못 잡은 사람들은 먼발치에서나마 보고자 발코니와 지붕 위로 올라갔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아프리카를 통틀어 오바마의 첫 방문국은 지난 5월 이집트였지만, 흑인 노예들이 주로 끌려간 곳이며 지금도 전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이른바 ‘검은 아프리카’ 방문은 가나가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인들에게 스스로 변화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한 의회 연설에서 “아프리카의 미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전은 건전한 국가 통치에 달려 있다. 아프리카는 강한 지도자가 아니라 강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해, 아프리카 나라들의 민주화를 촉구했다. 오바마가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가 아닌 가나를 먼저 찾은 이유도 아프리카 민주화와 관련이 있다. 가나는 지난해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한 존 아타밀스 대통령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드문 전례를 남겼다. 오바마는 “가나인들은 헌법에 따른 통치와 민주주의를 택했다”며 가나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오바마는 가나 방문의 마지막 일정인 케이프코스트 캐슬 방문을 마친 뒤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노예제도는 미국 역사의 끔찍했던 한 부분이라면서 의미 있는 방법으로 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불행했던 노예제도의 역사를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와 비유하면서 “이들 두 역사 모두 끔찍했던 역사이지만 무시되어선 안 되며, 그 교훈이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바마는 전날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이어 아프리카 방문에서도 거듭 한국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내가 태어났을 때(1961년)에 케냐는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높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아프리카가 뒤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개발도상국 경제발전의 모델로도 꼽았다. “아프리카 나라들이 한 가지 상품이나 수출 품목에만 치중하면 소수에게 부가 집중될 뿐”이라며 “역사는 한국과 싱가포르처럼 사람과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한 나라들이 번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케이프코스트캐슬 위치
오바마는 가나 방문의 마지막 일정인 케이프코스트 캐슬 방문을 마친 뒤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노예제도는 미국 역사의 끔찍했던 한 부분이라면서 의미 있는 방법으로 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불행했던 노예제도의 역사를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와 비유하면서 “이들 두 역사 모두 끔찍했던 역사이지만 무시되어선 안 되며, 그 교훈이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바마는 전날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이어 아프리카 방문에서도 거듭 한국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내가 태어났을 때(1961년)에 케냐는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높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아프리카가 뒤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개발도상국 경제발전의 모델로도 꼽았다. “아프리카 나라들이 한 가지 상품이나 수출 품목에만 치중하면 소수에게 부가 집중될 뿐”이라며 “역사는 한국과 싱가포르처럼 사람과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한 나라들이 번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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