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알자지라 ‘텔레수르’ 상종가
차베스 주도해 만든 방송
온두라스 사태 특종 행진
온두라스 사태 특종 행진
“<텔레수르> 텔레비전이 없었다면 세계인의 상당수는 온두라스에서 일어난 일의 진실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해 출범한 <텔레수르> 텔레비전 방송에 대해 지난주 한바탕 자랑을 했다. 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쫓겨난 뒤 이 방송이 단독 인터뷰 등으로 잇단 특종을 터뜨리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수르>의 온두라스 사태 특종 행진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지난 5일 셀라야 전 대통령이 비행기를 타고 귀국을 강행하려 했을 때다. 이 방송은 온두라스 정부가 공항 활주로에 트럭을 늘어놓아 귀국을 막는 장면 등을 생생하게 전하면서, 셀라야가 착륙하지 못하고 기내 연설을 하는 것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남쪽의 텔레비전’이란 뜻의 위성채널인 <텔레수르>는 중남미 뉴스를 중남미의 시각으로 보도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5년 첫 전파를 탄 ‘중남미판 알자지라’다. 베네수엘라가 설립을 주도했고 아르헨티나, 쿠바, 우루과이 등이 자금을 보탰다. 본부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두고 있으며, 베네수엘라 정부가 1년 예산 4500만달러의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텔레수르>가 차베스 대통령이 주창하는 ‘21세기 사회주의’ 목표에 충실한 방송을 하며,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한다.
쿠데타를 일으킨 온두라스 새 정부는 <텔레수르>가 차베스 대통령의 정치적 동맹인 셀라야 전 대통령을 편들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면서, 수도 테구시갈파에 있던 이 방송의 기자들을 억류하기도 했다. <텔레수르> 온두라스 지국장 안드레스 이사라는 <로이터> 통신에 “죽이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온두라스에서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셀라야 지지자인 윌메르 푸에르토는 “감사하게도 <텔레수르> 같은 방송이 있어서, 세계를 향해 쿠데타와 독재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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