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급락 못 뒤집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0일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와 제임스 크롤리 경사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맥주회동’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약 40분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 밖 뜰의 피크닉 테이블에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게이츠 교수, 크롤리 경사와 함께 맥주잔을 기울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와이셔츠만 입었고, 게이츠 교수와 크롤리 경사는 정장 차림이었다. 이들이 마시는 맥주는 각자가 선호하는 맥주를 택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버드 라이트’, 바이든 부통령은 무알콜 ‘버클러’, 게이츠 교수는 ‘샘 애덤스 라이트’, 크롤리 경사는 ‘블루문’을 각각 마셨다. 오바마 대통령은 간간이 옆자리의 크롤리 경사나 맞은 편의 게이츠 교수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었다. 이들의 대화 내용은 상세히 전달되진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맥주회동이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친근하고 사려 깊은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 모두가 교훈을 얻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맥주회동은 애초 ‘맥주 정상회담’(beer summit)이라고까지 불린데 반해선 다소 싱거웠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하루 일과를 마친 세 남자가 술을 마시는 것”이라고 말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회동이 열리기 전에는 맥주회동이 지난 2주간 이어진 인종문제를 마무리 지으면서 의료개혁 난항 등으로 정치적 어려움에 처한 오바마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인종차별 논란 이후 61%에서 54%로 급락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경찰을 향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공개비판해 인종차별 논쟁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데 대한 실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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