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에는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왼쪽 하얀선 표시)과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오른쪽 하얀선 표시)이 동행해 주목을 끌었다. 평양/AP 연합
6월말 대북정책팀 구축이후 수주간 막후협상
포데스타 등 중량급 인사 동행해 역량 극대화
포데스타 등 중량급 인사 동행해 역량 극대화
“클린턴은 여기자 석방 교섭을 하러 가지 않았다. 그는 협상의 결실을 수확하기 위해 간 것이다.” 스탠퍼드대의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의 부소장 다니엘 스나이더는 클린턴의 방북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사실 이는 그동안 정부 출범 이후 인준이 지연되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자리잡고 대북정책 라인의 틀을 갖춘 뒤 이룬 첫 북한 관련 성과이다.
그동안 미국은 여기자 석방을 위해 이른바 ‘뉴욕채널’로 알려진 막후 대북한 협상 창구를 통해 조율해 왔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의 유엔대표부와 미 국무부 한반도 정책 라인들이 수주간 은밀히 협상해 왔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북한이 서로를 인신 공격하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양쪽이 최근 몇주 동안 안정적인 협상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라인이 확립된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지난 6월25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상원에서 인준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라인 구성은 마무리 됐다. 정부 출범 초기 워싱턴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북 정책기조와 실행은 7~8월께가 돼야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었다.
오바마의 대북정책팀이 수립되기도 전에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해,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즉자적인 차원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도 있다. 캠벨 인준 이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북핵 문제를 북-미 수교와 경제지원 등을 놓고 일괄적으로 타결하자는 ‘포괄적 패키지’ 등이 언급되고, 북한 역시 대화의 문을 다시 여는 모습을 보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미의 접근은) 캠벨이 취임하면서 예고됐던 것”이라며 “핵비확산 전문인 그가 그동안 전쟁도 할 수 없고, 압박도 단기적이기 때문에 대화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에 비춰보면, 포괄적 패키지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클린턴 방북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정권인수팀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가 동행한 점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마지막 백악관 비서실장을 한 그는 클린턴 진영과 오바마 진영을 잇는 최대 가교이다. 그는 미국진보센터를 세워 오바마 공약을 기초한 당선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포데스타는 국내정책에서는 의료보험개혁과 그린에너지 정책, 대외정책에서는 기후변화와 적성국가와 관계회복이라는 오바마의 진보적 핵심 정책의 틀을 짰고, 현재도 최대의 조언자로 알려져 있다. 중국대사를 제의받았으나 고사했던 그가 클린턴의 방북에 동참한 것은 앞으로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정권 안팎의 역량을 모아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 뉴욕채널의 미국 쪽 창구였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이 동행해, 이번 방북이 단순히 여기자 석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짐작케 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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