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동원해 ‘의회에 편지쓰기’ 놓고 설전
미국 특송시장에서 점유율 1~2위인 유피에스(UPS)와 페덱스의 ‘로비 전쟁’이 수렁을 헤매고 있다.
최근 많은 유피에스 직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경쟁업체인 페덱스의 노동법 관련 규정이 유피에스에 비해 이롭다며, 페덱스에도 유피에스와 동일한 노동법 기준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졌다. 발단은 올초 하원을 통과한 법안이다. 페덱스는 항공운송 회사로 인정돼 노동법 규정 등에서 항공사 기준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항공사 노조는 일반회사 노조에 견줘 파업권 제한 등 노조활동에 제약이 많다. 반면, 미국시장 1위 업체인 유피에스는 노조 활동이 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육상운송 회사로 받아들여진다. 유피에스는 240만명의 운전자들을 직원 형태로 고용하고 있는데 반해, 페덱스는 트럭 운전자들을 도급제 형태로 운영하는 회사 시스템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유피에스 직원들이 의회에 보낸 편지들이 회사 강요에 의해 쓰여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피에스는 직원들이 의원에게 보낼 편지를 쓰는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인정해주고, 펜, 편지지, 봉투, 우표 등도 제공된다. 일부 유피에스 직원들이 “(편지량을 할당받은) 매니저로부터 ‘이건 선택이 아니다’며 편지쓰기를 요구해 편지를 썼다”며 인터넷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폭로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페덱스가 선봉에 섰음은 당연하다. 페덱스는 “유피에스 직원들로부터 많은 제보를 받았다”며 유피에스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에 유피에스 대변인 말콤 버클리는 “(편지쓰기는) 전적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며, 할당을 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유피에스는 나아가 “오히려 페덱스가 직원들을 시켜 의회에 노조활동에 제약받는 자신들의 지위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황당한) 편지를 쓰게 했다”며 반격했다.
두 회사는 올 상반기에 매출 급감 등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페덱스는 상반기에 행정부와 의회 로비 비용으로 700만달러를 썼다. 유피에스도 같은 기간에 300만달러를 썼다. 이외에도 2007년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유피에스는 240만달러를, 페덱스는 120만달러를 썼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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