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실업률 9.7% 27년만에 최고…감원열풍은 진정
“아무런 전망이 없다. 매일 일어날 때마다 건강을 걱정한다”
지난 6월 실직한 아일린 골드버그(48·전 공무원·플로리다주 탬파)는 최근 자신의 차를 팔았다. 그리고 병원 예약은 일찌감치 다 끊고 산다. 그래서 몸이 아플까봐 제일 걱정이다.
“두려움이 점점 커진다.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일자리를 잡았으면…”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에 사는 그레고리 프르지빌스키(46)는 1년6개월째 실업 상태다. 그는 그 이전까지만 해도 실력있는 기계공이었다. 그는 너무 오래 쉬어 더이상 재취업의 기회가 사라져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미 전역이 ‘일자리 공포’에 빠져있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9.7%로 뛰어올라 2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미국 노동부가 4일 발표했다. 이 수치는 시장예측전문기관들이 예상했던 9.5%를 크게 웃돈다. 지난달 잠시 주춤했던 실업률이 다시 급등한 것은 그동안 구직을 단념했던 사람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합류해 노동가능 인구의 숫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구직활동을 아예 단념하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다. 실업률은 더 올랐지만, 사라진 일자리 규모(21만6000개)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기업들의 감원 열풍이 조금 수그러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4일 노동부 발표는 비관적이기보단 희망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희망을 말하기에는 골이 너무 깊다. 2007년 말 미국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690만명이 실직했다. 지난 8월 현재 실업자는 1490만명이다.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한 실망실업자도 75만8000명에 이른다. 1년 전의 두 배다. 만일 실망실업자 및 파트타임 취업자들을 감안하면, 미국의 불완전고용률은 16.8%에 이른다. 로렌스 미셸 경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일자리 하나에 6명의 실업자가 몰려드는 형국”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을 통해 말했다.
이런 고실업 사태는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을 억제해 경기회복을 더디게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이 앞으로 몇달 안에 10%를 넘어서고, 내년에 경기가 회복돼도 9%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2차대전 이후 실업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82년 말의 10.8%였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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