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백인 주인은 재산 가운데 물레와 큰 낫, 소 등와 함께 나중에 ‘몸값’이 475달러 나갈 여섯살의 흑인 소녀 멜비니아를 딸에게 분할해줬다. 2년 뒤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소녀는 새 주인이 된 주인 딸의 농장이 있는 조지아주로 이주했다. 이곳에서 한 백인을 만나 훗날 대통령 부인의 외고조부가 되는 첫 아들을 낳았다.
<뉴욕타임스>는 족보학자인 메건 스몰렌야크와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의 뿌리를 찾아봤더니, 미셸은 노예의 5대 후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8일 보도했다. 미셸의 부계 쪽은 4대부터 확인됐으며, 역시 노예였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선언을 한 것은 1860년대 초반의 일이었다.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미셸이 노예의 후손이었는지가 화제거리였지만, 정확한 족보가 확인되지 않았다.
멜비니아는 열다섯살에 장남 돌프스 실즈를 비롯해 세 자녀를 낳았다. 백인으로 착각할만큼 피부가 하얗던 돌프스는 미국 민권운동에 앞장섰던 퍼스트 에버너저 침례교와 프티티니 침례교의 공동 창시자로 활동했다. 미셸의 증조부인 로버트 리 실즈는 철도 짐꾼이었으며, 조부인 퍼넬 실즈는 화가로 살았다. 고조부 돌프스는 잡초가 무성한 흑인 공동묘지에 초라하게 묻혀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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