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노벨상’ 미국도 헷갈려
‘대선 때 지지’ 언론들도 수상 문제점 지적
보수진영 “흑인이어서 상 받아” 독설 던져
보수진영 “흑인이어서 상 받아” 독설 던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후폭풍이 미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일부 언론까지 사설을 통해 이번 수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사설에서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이상한 노벨평화상”이라며 “이란의 불법 대선시위 의혹 제기 과정에서 숨진 여대생 네다 아가 솔탄 같은 분명한 대안이 있었음에도 이번 결정을 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전임자보다 그를 훨씬 더 좋아하지만, 그가 왜 취임 뒤 곧바로 평화상을 받을만한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 시대를 열 것으로 믿는다는, 미래의 일에 대해 주는 첫번째 상일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미국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가치와 리더십을 회복시킬 것으로 보고 그를 선택했다”며 “노벨상 수상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도 똑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보스턴 글로브>도 “어쨌든 이번 수상은 미국의 귀중한 자산”이라며 “이 상이 이란, 러시아, 북한의 강경파 지도자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엔엔>(CNN) 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노벨상 수여 결정이 미국을 나누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 진영의 공격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유엔주재 대사를 지낸 존 볼턴은 “그(오바마)는 상을 거부하고 3~4년 뒤에나 다시 (시상을) 검토해 줄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극우보수 논객인 러시 림보는 “탈레반, 이란과 의견을 같이할 일이 생겼다”며 “그건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상을 탈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고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다. 이외에도 보수 논평가인 에릭 에릭슨은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상을 받았다”고 논평했다.
이에 반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노벨평화상은 그의 지도력과 비전에 대한 입증이자 미국 가치에 대한 찬사”라고 반박했다.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9일 “오바마 대통령이 평화상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2007년 수상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이룬 업적은 역사가 훨씬 더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수파 중에서도 지난해 대선에서 맞붙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랑스럽다”는 축하 논평을 밝힌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던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도 “축하가 적절한 반응”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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