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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19년간 악몽과의 싸움…난 희생자 아닌 승리자”

등록 2009-10-14 19:29수정 2009-10-15 08:25

제니퍼 슈에트가 19년 전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13일 텍사스주 디킨슨의 갈베스턴 지방검찰청을 찾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디킨슨/AP 연합뉴스
제니퍼 슈에트가 19년 전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13일 텍사스주 디킨슨의 갈베스턴 지방검찰청을 찾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디킨슨/AP 연합뉴스
미 성폭행 피해여성 스스로 사연 알려 범인 검거
어린 시절 자신이 당한 성폭행 사실을 공개한 한 여성의 용기가, 19년 전 범인을 붙잡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휴스턴 지부는 1990년 당시 8살이던 제니퍼 슈에트를 납치해 성폭행한 뒤, 증거인멸을 하려고 아이를 살해하려 했던 데니스 얼 브래드퍼드(40)를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13일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경찰은 용의자가 현장에 남긴 속옷과 셔츠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출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분석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19년 전 디엔에이 샘플을 최첨단 분석장비를 이용해 다시 분석해 검거에 성공한 것이다. 브래드퍼드는 96년 아칸소주에서 다른 사건으로 경찰에 검거된 적이 있는데, 그때 채취한 그의 디엔에이 샘플이 연방수사국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이번 검거로 이어졌다. 검거 당시 그는 아내와 함께 직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브래드퍼드는 성폭행 뒤, 자신의 얼굴을 아는 슈에트를 살해하려고 칼로 그의 목을 그었다. 슈에트는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으나 범인의 칼날에 후두를 크게 다쳤다. 슈에트는 텍사스의 뜨거운 8월 태양 아래 12시간 이상 온몸이 벌거벗겨진 채 범행 현장인 개미집이 있는 언덕에 방치돼 있다가, 극적으로 발견돼 목숨을 구했다.

어른이 된 슈에트는 2주 전 <시엔엔>(CNN)에 출연해 범인을 잡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묘사에 바탕한 얼굴 스케치는 범인 검거에 큰 몫을 했다.

슈에트는 당시 ‘말을 못할 것’이란 진단을 받았으나, 가까스로 회복돼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나는 (사건의) 모든 걸 기억한다. 나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늘 모든 걸 기억하려 했다”며 “만일 내가 일부러 (그 끔찍했던 일을) 잊어버리려 애썼다면 수사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이 문제는 내 문제만이 아니라, 밤에 잠자리에 드는 모든 소녀들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투사(fighter)다”라고 말했다.

그는 범인 검거 뒤 텍사스주 디킨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폭력범죄의 모든 희생자들이 절대로 (범인 검거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내 사례가 그런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며 “결단력과 일어나 말할 수 있는 목소리만 있다면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희생자가 아니다. 승리자다”고 외쳤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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