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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아무 일이나 달라” 미 덮치는 ‘실직 쓰나미’

등록 2009-10-16 10:06수정 2009-10-16 10:14

버지니아주 구직 현상
일부 주 실업률 12% 넘어
전문직·중산층으로 번져
20~30대엔 군입대 권유도
13일 오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시 ‘버지니아 고용위원회’ 앞에서 만난 윌슨 레이번(35)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그는 한 달 전까지 피자 레스토랑의 요리사였다. 한창때 7명의 요리사를 뒀던 레스토랑은 손님이 줄자 레이번 등 요리사 3명을 내보냈다. 그는 일자리를 찾는다. “일단 신청서류에 이름은 올려놓았다”는 그는 “미국 경제가 살아난다고 하는데, 전문직들만 살아나나 보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일자리는 어딜 가도 없다”고 투덜댔다. 그는 기자에게도 ‘혹시 아는 일자리 좀 없냐’고 묻기도 했다.

역시 이곳에서 만난 베트남 이민 1.5세인 바 몽(39)은 아들(3)의 손을 잡고 있었다. “배송업체에서 우편물에 바코드 붙이는 일을 하다 몇 달 전에 잘렸다”는 그는 “실직 이후 아내가 식당 일을 찾았고, 그 이후론 내가 아이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 일이라도 좋다. 일을 해야 하는데…”라며 힘든 표정을 지었다.

각 주정부가 운영하는 고용위원회는 실업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일이 늘었다. 일자리 알선 외에도 실업수당 지급, 취업 전문교육, 심리상담 등까지 눈코뜰새없었다. 사무실 안에는 실업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렸고, 한쪽에서는 일대일 상담, 또 한쪽에선 구직자들이 인터넷 서핑을 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지미 프라이스(50) 고용위원회 슈퍼바이저는 “매주 400여명이 찾아온다”며 “과거(금융위기 이전)엔 블루칼라 실직자들이 주로 찾았으나, 이젠 화이트칼라 실직자도 많다”고 전했다. 최근 이곳에선 20~30대 실직자를 대상으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국외파병 군입대 지원도 권유하고 있다. 그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건축일 등 바깥일이 줄어들어 고민”이라며 “현 실업사태가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2011년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9.8%다. 캘리포니아주 같은 곳은 12%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 실업사태에선 단순직뿐 아니라 전문직이나 중산층이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심리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버지니아주 우드브리지의 실업자 보호소에서 시간당 13달러짜리 막일을 하며 생활하는 론 바즈퀘즈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해만 해도 군수업체 엔지니어로 연봉 8만5000달러에 베엠베(BMW)를 살까 말까를 고민했던 그는, 지난 1월 실직 뒤 아내와 세 아이와 함께 지난 8월부터 밤 9시면 불을 꺼야 하는 보호소 신세를 지고 있다. 그는 온종일 “난 홈리스가 아냐. 단지 직장을 잃었을 뿐이야”라고 되뇐다.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의 실업자 임시보호소에서 일하는 비키 코크는 “예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학교 교사, 컴퓨터 기술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며 “얼마 전엔 변호사와 부동산 중개업자였던 부부가 (갈 곳이 없어 이곳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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