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축 따른 비용절감효과 기업주가엔 단기 호재
10% 육박 실업률→ 구매력 약화→ 성장동력엔 ‘독’
10% 육박 실업률→ 구매력 약화→ 성장동력엔 ‘독’
‘일자리는 사라지는데, 주가는 왜 오를까?’
미국의 종합주가지수 격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3월9일 바닥(6547.05)을 친 뒤, 60% 가까이 올랐다. 주가만 보면, 미국은 금융위기를 완전히 벗어난 모양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실업률은 3월 8.5%에서 9월 9.8%로 치솟았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2007년 말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72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내년에도 실업률은 10% 근처를 맴돌 전망이다.
답은 간단하다.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을 한다는 건 개별 기업 주가에는 호재다. 미국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줄었는데 순이익은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존슨앤존슨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었지만 순이익은 1.1% 늘었다. 펩시도 매출액은 1.5% 줄었는데, 순이익은 9.5% 늘었고, 도미노피자는 매출액이 6.0% 줄었지만, 순이익이 무려 77%나 늘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강도 높은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알루미늄업체 알코아도 77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둬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연구개발 투자를 36%나 줄였기에 가능했다. 매출은 46억2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억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최고경영자(CEO)들도 잘 안다. 비용절감만으론 기업 성장을 이끌 수 없다는 것을. 해고 노동자는 다른 한편으론 소비자들이다. 인력 감축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나 마찬가지다. <유에스뉴스 앤 월드리포트>는 “결국 진정한 성장은 새로운 소비자, 새로운 비즈니스, 매출 증가에서 나온다”며 “주가상승으로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으로 갈지, 아니면 실업률이 계속 늘어 주가가 추락할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기업들의 이익 상당 부분이 비용절감을 통해 이뤄졌고 경영진들은 이를 사업에 재투자하길 꺼리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성장 불씨인 투자에 굶주려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분기 순민간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로, 1947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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