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퇴역군인들과 그 가족들이 23일 미국 노동부가 뉴욕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연 ‘작전: 퇴역군인 고용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미국은 현재 18~29살 청년 실업률이 14.6%에 이른다. 뉴욕/AFP 연합뉴스
경기침체·실업 여파…자살 늘고 빚 시달리고
미국인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미국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3일 보도했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2008년 자살 관련 통계가 나온 19개주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미국 인구의 총 40%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주에서 지난해 총 1만53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전년 대비 2.3% 늘어났다. 또 미 연방 정신건강서비스국 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 가운데 830만명이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해 봤고, 미국 성인 인구의 0.5%인 110만명이 실제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크리스토퍼 럼 교수는 경기침체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논문에서 실업률이 1% 높아지면 자살률은 1.3%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10.2%였다. 증시 폭락 및 반등과 달리, 실업률은 한두 해가 지나면서 더 높아지게 돼 자살로 이어지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진다고 럼 교수는 분석했다.
특히 실업은 흑인 젊은이들에게 가혹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24일 “16~24살 흑인 남성의 지난달 실업률이 대공황기에 육박하는 34.5%로 전체 평균의 세배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같은 연령대의 미국인 실업률은 19.1%다.
또 <에이피>(AP) 통신은 미국인의 절반이 부채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22%는 매우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가 끝난 뒤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으나 많은 미국인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고용회복에 정책의 최우선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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