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벨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노벨평화상 상패와 메달을 받고 있다. 최근 아프간 증파 결정을 내린 오바마의 수상에 국제사회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탓에, 수상식 내내 그의 표정은 비장했다. 오슬로/AP 연합뉴스
수상 연설서 “미국 안보 위협에 맞서 싸울 필요” 강변
그는 입을 꽉 다물었다. 2시간20분 동안 진행된 수상식 내내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전시중인 최고 통수권자에게 주어지는 노벨평화상을 둘러싼 논쟁이 그를 짓눌렀던 걸까. 원고 없이 36분 동안 이어진 그의 수상 연설은 시종 비장한 말투였다. 10일(현지시각)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린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사는 기쁨보다는 그가 벌이고 있는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낱말들로 가득 찼다. 청사 바깥에선 그린피스와 반전단체 회원들이 모여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희생을 치르고 있다”고 외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연설은 “두 곳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최고 사령관”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미국의 안보를 해치는 위협이나 세상의 악에 맞서 때때로 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그는 8년을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미군 3만명을 증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탓에 ‘이라크와 아프간 등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는 비판이 미국 안팎에서 거셌다.
그는 “비폭력 운동은 히틀러의 군대를 멈출 수 없다”며 “나는 미국을 방어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자신의 현실적 위치와 그 위치에서 지금 ‘정의를 위한 불가피한 전쟁’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노벨평화상을 받은 슈바이처 박사, 마틴 루터 킹 목사, 마셜, 만델라 같은 역사 속의 거대한 인물들과 비교하면 나의 업적은 미약하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전쟁과 평화의 관계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한 그는 폭력의 대안으로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다. 평화에 대한 신념도 중시했다.
미국 내 여론은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회의적이다. 8일 발표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오바마는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뉴욕 타임스>와 <시비에스>(CBS)가 9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연중 최저치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류이근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