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생환 지진으로 무너진 집에 갇혔다가 14일(현지시각) 벨기에와 스페인 구조팀에게 구조된 두살배기 아기가 엄마를 보고 반색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생존자들 “물, 물 달라”
적십자, 5만명 사망 추산
적십자, 5만명 사망 추산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티에 강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5시(현지시각) 이후 72시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지진이 발생한 뒤 사흘이 지나면 생존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전세계에서 구조대가 잇따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하며 필사의 구조를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구호품 도착이 늦어지자 분노한 일부 아이티인들은 항의의 뜻으로 거리에 주검을 쌓기 시작했다.
“대혼돈이 일어나고 있다. 수송 여건이 악몽 수준이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 엘리자베트 비르 대변인은 아이티 구호작업 상황에 대해 <에이피>(AP) 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포르토프랭스로 통하는 항구는 지진으로 파손돼 이용할 수 없다. 거의 유일한 관문인 공항은 각국에서 보낸 항공기 60여대가 한꺼번에 몰려 큰 혼란이 벌어졌다. 도착한 항공기에서 짐을 내리기도 전에 또다른 항공기가 꼬리를 무는 식이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 관계자는 “구호품이 도착해도 구호품 수송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악화된 치안 상황이 이를 더 부채질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15일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구호식량 창고가 약탈됐다고 밝혔다. 공장을 운영하는 한 아이티인은 “경찰들이 자신들의 가족들을 구하고 묻는 데 정신없어 거리를 통제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절망 속에서 아이티 사람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사진기자 샤울 슈바르츠는 “시내에서 사람들이 주검으로 벽을 쌓는 장면을 2곳 이상에서 봤다”며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데 신물을 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아이티인들은 외신기자들에게 “기자 말고 더 많은 의사를 보내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브라질의 한 자선재단의 대변인은 상점가 약탈이 번지며 거리에서 총소리들까지 들린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의 가장 큰 고통은 물 부족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국제 구호단체 사람의 말을 인용해 “아이티에서 지금 돈은 아무 소용 없고 물이 통화 구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외신기자들을 본 아이티 사람들이 여러 나라 언어로 “물, 물”이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국제적십자사는 이날 사망자 수를 4만5000~5만명으로 추산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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