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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탐욕이 키운 ‘비운의 아이티’

등록 2010-01-17 19:01수정 2010-01-17 19:01

힐러리 클린턴(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서구 고위 지도자 중 가장 먼저 아이티를 찾아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과 포르토프랭스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FP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서구 고위 지도자 중 가장 먼저 아이티를 찾아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과 포르토프랭스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FP 연합뉴스
군사개입·점령 반복, 빈곤 불러와
언론 “미, 구호 적극…새 기회 될 것”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엘리자베스 비르 대변인은 16일 아이티 지진은 유엔이 겪은 최악의 지진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의 빈민층 어린이들이 먹는 ‘진흙 쿠키’와 지진 발생 뒤 대통령이 이틀이나 모습을 감추었던 사건에서 보여지는 아이티의 빈곤과 정부 기능 마비 때문이다.

미주 대륙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 공화국으로 1804년 독립한 아이티가 독립투쟁사와는 어울리지 않게 대표적으로 ‘실패한 국가’로 전락한 원인은 서구 열강의 탐욕스런 침탈, 특히 20세기 이후 군사개입과 점령을 반복하며 오락가락했던 미국의 정책 때문으로 지목된다. 독립 이후 34번의 쿠데타를 겪은 아이티는 최근에는 허리케인 피해까지 반복되는 환경재앙까지 겹쳐 정치·사회·경제 인프라는 사실상 붕괴했다.

흑인 노예들의 국가라는 이유로 국가 승인을 거부했던 미국은 19세기말부터 개입으로 정책을 바꿔 1888년 미 해병대가 군부 반란을 지원했다. 미국은 1915년 결국 아이티를 점령해, 1934년까지 통치했다. 2차대전 이후 아이티가 겪은 참상은 더욱 끔찍했다. 1957년부터 1971년까지 ‘파파 독’이라고 불린 프랑수아 두발리에 대통령 독재 치하에서 3만명이 살해됐다. 그의 사후에도 19살 아들인 ‘베이비 독’ 장클로드 두발리에가 세습해, 아버지의 공포정치를 이어갔다. 아이티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하던 미국은 결국 1986년 레이건 행정부 시절 베이비 독에 압력을 넣어 하야시켰다.

1990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는 취임 몇달만에 쿠데타로 망명에 올랐고, 이 와중에서 1500명이 살해됐다. 미국으로 보트를 타고 가는 대규모 망명사태가 벌어져, 미국 정부가 봉쇄령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미국의 주도하에 다국적군이 파견돼 군사정부를 축출하고 아리스티드를 다시 복위시켰다. 1년만인 2004년 다시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수도로 진격하는데도, 미국은 아리스티드의 실각을 묵인했다. 빌 클린턴 시절 복위시켰던 아리스티드를 조지 부시 정권은 퇴짜를 놓은 것이다.

이런 정치혼란 속에 두 차례 허리케인이 강타해 각각 1600명, 3천명이 죽는 연속 대재앙에 시달렸다. 2008년에도 한달만에 4차례의 허리케인으로 아이티 국토 전역을 폐허로 변했다. 이는 산림의 98%가 남벌되고, 지표층이 쓸려나간 환경파괴로 더욱 악화됐다. 곡물가가 세계적으로 급등한 식량위기가 더해져, 아이티 주민들은 대통령궁으로 난입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이티에 대해서는 지속적이고 훌륭한 친선 정책의 역사가 없었다”는 폴 파머 주아이티 부대사를 인용하며, 미국이 구호에 손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이번 지진이 아이티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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