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잔혹한 주검 사진’ 게재 논란
8개월전 주검안치소 사진 싣자 법원서 금지명령
신문 “사전검열” 반발-정부 “여당 타격 노려”
8개월전 주검안치소 사진 싣자 법원서 금지명령
신문 “사전검열” 반발-정부 “여당 타격 노려”
언론 자유 탄압인가 아니면 지나친 정치적 선정성에 대한 정당한 대응인가.
베네수엘라에서 폭력적인 사진들을 신문 지면에 싣지 말라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베네수엘라 법원은 18일 “폭력적이고 피가 낭자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어린이들의 정신건강과 도덕에 해가 된다. 신문들은 이런 사진을 한 달 동안 싣지 말라”고 명령했다.
법원 결정은 우고 차베스 정권에 적대적인 보수 신문 <엘 나시오날>이 지난 13일 머리 기사로 치안 불안 문제를 보도하며, 수도 카라카스의 주검 안치소 사진을 내보낸 것이 계기였다. 지난해 12월에 촬영된 사진은 총탄을 맞은 주검이 다른 주검들과 같이 안치소 간이침대에 방치돼있는 끔찍한 모습으로, 16일에 또다른 보수 신문 <탈 쿠알>에도 실렸다.
<엘 나시오날>은 게재 금지 결정이 나온 18일 신문 1면에 아무 사진을 싣지 않고 대신 “검열됐음”이라는 글자를 큼지막하게 내보내며 강력히 반발했다. 유엔과 미국도 공동 성명에서 “사전 검열이며 언론 자유를 해친다”는 성명을 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전했다.
논란의 배경에는 좌파 성향의 차베스 정부와 우파 성향의 보수 언론 사이 갈등이 있다. <엘 나시오날> 등 보수 신문은 민간단체 집계로 지난 한해에만 1만6000명이 살인 사건 희생자가 될 만큼 불안한 치안 문제를 들어 차베스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차베스 정권은 보수 신문이 정권에 타격을 줄 목적으로 “포르노 같은” 이미지를 일부러 싣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엘 나시오날>의 편집장 미겔 엔리케 오테로는 <시엔엔>(CNN)에 주검 안치소 사진 게재 목적이 “정부가 (범죄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에게 충격을 줘, 정부가 무언가를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다음달 26일 총선을 앞두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주의자 연합당(PSUV)에 타격을 주기 위한 보도라고 보고 있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다음달 26일 총선은 2012년 대선의 시금석이 될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국제 언론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보수 신문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성명에서 “주검 안치소 사진은 너무 충격적이었고 신문사의 책임감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해서도 “명령이 너무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다”며 “예컨대 그렇다면 무장 경찰관이나 작전 중인 군인, 죽음과 관련된 기사도 법원의 명령에 위배되는 것이냐”고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해서도 “명령이 너무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다”며 “예컨대 그렇다면 무장 경찰관이나 작전 중인 군인, 죽음과 관련된 기사도 법원의 명령에 위배되는 것이냐”고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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