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파던 미 굴착기사
아프간서 건너가 구출용 갱도 뚫어
아프간서 건너가 구출용 갱도 뚫어
지난달 초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전방 기지의 식수용 우물을 파던 미국인 굴착 기술자가 칠레 광원 구조 작업 현장에서 ‘영웅’이 됐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9일 전했다.
광원 33명을 구조하기 위한 625m 길이의 구조용 갱도 굴착 작업이 작업 시작 33일 만에 끝난 9일, 제프 하트(40)는 매몰 광원의 가족들과 친지들로부터 샴페인과 포옹 세례를 받았다.
지름 53㎝의 구조용 캡슐이 드나들 수 있도록 지름 71㎝의 큰 구멍을 파는 데 필수적인 T130 대형 굴착기 기사인 하트는 “(매몰 광원들이 모여 있는) 지하 공간의 천장에 드릴이 닿아 뻥 뚫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칠레 정부의 도움 요청에 미국 회사 쪽은 최고의 T130 굴착기 기사인 하트를 칠레로 불러왔다. 아프간에서 우물을 파고 있던 하트는 만사를 제쳐두고 이틀간의 비행 끝에 8월21일 최고의 굴착팀에 합류했다. 작업엔 난관이 많았다. 땅속에 실리콘 순도가 높은 단단한 규암 광맥이 있어 구출용 갱도를 직선으로 유지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다.
구조용 통로가 뚫림에 따라 이제는 광원들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용 캡슐이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폭약 등을 이용해 구멍을 넓히고, 통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 남아 있다. 기술자들은 갱도 보강 작업이 없어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 구출 도중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우렌세 골보르네 칠레 광업 장관이 전날 발표했던 예정일보다 하루 늦춰 “13일부터 구조작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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