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호세 광산의 매몰 광부 구조작업이 시작되기 직전인 12일 밤(현지시각), 광산 인근 코피아포의 광장에 모여든 주민들이 광부들의 얼굴을 새긴 칠레 국기를 펼쳐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구출작업의 성공을 응원하고 있다. 코피아포/AFP 연합뉴스
맥박·혈압 체크장치 등 특수복 입혀 구출
젊은 사람→환자→강인한 사람순 구조
캡슐 상하강에 45분…총 48시간 걸릴듯
젊은 사람→환자→강인한 사람순 구조
캡슐 상하강에 45분…총 48시간 걸릴듯
구조 순간
12일 밤 11시15분께(현지시각) 축구선수 출신으로 구조 기술자인 마누엘 곤살레스가 마지막 준비 작업을 위해 칠레 해군이 특수 제작한 피닉스를 타고 땅속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칠레 국기의 삼색인 흰색, 파란색, 빨간색으로 칠해진 이 캡슐은 낙석 대비 안전장치, 비상용 분리장치, 산소 공급장치로 구성됐다. 최대 초당 3m로 움직일 수 있지만, 이날 작업에선 초당 1m의 속도로 움직였다. 곤잘레스에 이어 칠레 해군 의료진인 로베르토 로스가 광부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주의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내려가면서, 준비는 끝났다.
날이 바뀐 13일 새벽 0시11분께 플로렌스 아발로스가 처음으로 땅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발로스는 69일 동안 지하에 갇혀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걸어서 캡슐에서 내렸다. 두번째로 구조된 마리오 세풀베다는 더욱 에너지가 넘쳤다. 그동안 지하에서 촬영된 비디오에서 ‘대변인’ 구실을 하던 그는 지상에 가까워오면서 캡슐에서 아내의 이름을 외쳤고 갱도에서 가져온 돌을 기념품으로 들고 나오는 여유도 보였다. 지하 700m 깊이의 암흑 터널을 지나 지상으로 나오는 광부들을 위해 특수제작된 장비들이 장착됐다. 헬멧엔 지상과 통신할 수 있는 장치가, 가슴엔 맥박과 혈압 등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장치가 부착됐다. 급작스런 고도 상승에 따른 혈액순환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다리 아랫부분엔 고무밴드도 감았다. 광부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냠 로마뇰리는 “가장 큰 위험은 (어지럼증으로 인한) 졸도”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아발로스가 첫번째 구조자로 선택된 이유는 첫 구조작업에서 혹시 생길 줄 모르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31살로 비교적 젊고 몸 상태가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외국인인 볼리비아인 카를로스 마마니(23)는 네번째로 구출됐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중간 그룹으로 구조된다. 광부들 중에는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있으며, 일부는 습기가 많은 지하 갱도 환경 때문에 호흡기 및 피부 질환을 앓았다. 마지막 구조자들은 체력과 정신력 모두 강인한 사람들 차례다. 리더 격인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주아(54)가 가장 마지막에 구조될 예정이다. 지하 갱도에서 광부들의 탈출을 돕고 있는 의료진은 광부들 몸 상태를 점검해 탈출 순서를 조정할 수 있다.
끌어올려지는 데는 15분 남짓이었지만, 캡슐이 내려가고 준비를 거쳐 올라가는 데엔 대략 45분씩 걸려, 전체 구조작업이 끝나는 데엔 최대 48시간까지 예상되고 있다. 구조된 광부들은 간단한 응급처치와 가족 상봉을 마친 뒤, 이들을 위해 두개층 전체가 비워진 코피아포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이송됐다. 병원에서 이틀 동안 정밀 진단을 받는 것으로 구조작업은 실질적으로 끝난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칠레 광부 구조 진행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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